일본 ‘문 스나이퍼’ 쐈다…달 착륙까지는 최대 반 년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인근에서 7일 사람들이 무인 달 탐사선 ‘슬림’을 실은 H2A 로켓 발사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이 7일 무인 달 탐사선 ‘슬림(SLIM)’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 최초의 달 표면 착륙이 목표다. 성공하면 세계에선 다섯 번째가 된다. 지난달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이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세계 우주 강국의 ‘달 탐사’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날 오전 8시 42분쯤 규슈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달 탐사선 슬림과 천체 관측 위성 ‘크리즘(XRISM)’을 실은 H2A 로켓 47호기를 쏘아 올렸다. 발사 후 약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오전 9시 30분쯤 슬림은 고도 약 620㎞에서 로켓에서 분리돼 예정된 궤도에 안착했다고 JAXA는 밝혔다.

일본은 슬림의 달 착륙과 별개로 일단 발사 성공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악천후로 일주일 동안 세 번이나 발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6일에도 JAXA는 발사 예정 시간 30분을 앞두고 기상 악화로 로켓 발사를 취소했다.

달 착륙까지는 최소 4~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달 궤도에 도착하는 데만 3~4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한 달 남짓 달 궤도를 돌며 착륙 준비를 할 예정이다. 내년 1~2월쯤 착륙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 달 탐사선과 비교하면 매우 더딘 움직임이다. 지난달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한 달 만에 달 궤도에 도착했다. 그에 앞서 쏘아 올린 러시아의 ‘루나 25호’는 지구에서 달 궤도로 가는 데 단 5일 걸렸지만, 달 착륙에는 실패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슬림이 달 착륙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이름처럼 가볍고 날씬한 소형 탐사선이기 때문이다. 슬림 무게는 추진체를 제외하고 200㎏, 크기는 2m 남짓이다. 찬드라얀 3호의 착륙선 비크람 무게(1.7t)와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추진체에 연료를 가득 채운 무게도 약 700~730㎏이다. JAXA 설명에 따르면 속도를 내는 배터리부터 추진체까지 모든 면에서 소형화된 슬림은 연료 사용까지 최소화하면서 달에 착륙해야 한다.

슬림의 또 다른 목표는 정밀 착륙이다. 지금까지 달 탐사 역사에서 모든 착륙선은 착륙 예정지와 실제 착륙 장소 간 오차가 수십 ㎞ 수준이었다. 슬림은 이런 착륙 오차가 100m 이내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슬림에는 정밀한 달 착륙을 의미하는 ‘문 스나이퍼(Moon sniper)’란 별칭이 붙었다.

슬림은 고성능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한 화상 인식 기술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JAXA 설명이다. 착륙 뒤에는 손바닥만 한 차량형 ‘탐사 로버’를 내보내 달 암석 구성 등을 조사한다. 슬림이 탐사 중 얻은 정보는 미국 주도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도 활용된다. 슬림과 함께 발사된 크리즘은 지구 고도 약 560㎞ 지점 궤도를 돌며 블랙홀이나 초신성 잔해에서 방출된 방사선을 포착한 사진을 전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발사가 최종 성공할 경우 일본은 달 표면에 탐사선을 보낸 세계 5번째 국가가 된다. 지금까진 옛 소련, 미국, 중국, 인도만이 성공했다. 앞서 일본은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