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후보 '경선'하는 국민의힘…명분·실리 다 잡을까 [정국 기상대]

김민석 2023. 9.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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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철규 위원장 삼아 보선 공관위 발족
'김태우 전략공천' 대신 '후보들 경선' 가닥
패배시 '지도부·대통령' 책임론 축소 전망
"절차 지키는 것만으로도 여론 호전 기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를 경선을 통해 선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나왔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전략공천으로 인한 여론 악화 우려가 잦아드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경선 기조로 인해 당 지도부와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제기될 수 있는 책임론을 잠재우는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실제 선거 승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까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7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발족했다. 공관위원장은 현 사무총장인 이철규 의원이 맡았으며, 공관위원으로는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과 배현진 조직부총장, 송상헌 홍보본부장, 강민국 수석대변인,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이 선임됐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지방선거 공직 후보자 공천시 중앙당 공관위는 최고위 의결을 거친 당내·외 인사 20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한다. 중앙당 공관위가 심사한 사항은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 구성 배경은 공당이 보궐선거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번 보궐선거는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어서다"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죄를 선고받았는데도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가 나온 건 명백히 편향된 재판 결과이고, 당헌·당규상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공천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후보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공관위가 꾸려지면서 당 안팎의 시선은 '공천 방식'으로 쏠린다. 국민의힘이 선택할 수 있는 공천 방법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를 단수로 내는 '전략공천'과 출마를 원하는 다수 후보들을 경쟁에 붙이는 '경선'이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이 전략공천을 선택하리란 전망이 다수를 이뤘었다. 바로 전날 김기현 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법사실을 제보한 사람인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를 내린 것은 김명수 대법원이 얼마나 왜곡되고 편향된 것인지 확인해준 것"이라며 "유재수와 조국이 감찰을 무마한 것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발언해, 김 예비후보를 감싸면서 사실상 전략공천 쪽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김 전 구청장이 아니었다면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이 세상이 나올 수도 없고 유재수 전 부산시장 뇌물 사건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잘못으로 한 선거라는 논리는 맞지 않고 김 전 구청장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도, 정의 구현을 위해서도 공천하는 것이 맞다"고 전략공천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전략공천 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략공천을 결정할 경우 당내 분열이나 후폭풍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진선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을 지지하는 충청향우회강서구연합회가 전날 저녁 긴급회의를 열어 집단으로 탈당계를 작성하는 등 당내 반발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다만 김 후보는 아직 탈당계를 내지는 않은 상태로 파악됐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 한 빌딩에서 열린 '열정캠프' 개소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하자는 방향에 무게추를 옮겨실은 모양새다. 당내 반발을 막아 그러잖아도 보수당 약세 지역인 강서구에서 표가 분산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의도다.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에 만약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인사가 나올 경우, 여권 성향 후보 2명과 민주당 소속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이 맞붙어 3파전이 되면서 보수 성향 지지표가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지켜 전략공천을 단행한 민주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 강서구청장 출마 신청자가 13명에 달했는데, 민주당은 공관위를 구성한 지난달 16일 이후 출마 신청을 한 진 전 차장을 전략공천했다. 이 때문에 진 전 차장은 지역에서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당내 일각에선 경선을 선택한 이면에 지도부의 책임론 출구 전략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간주된다. 최근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도부가 특정인을 전략공천했다가 패배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 해준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 전 구청장은 근무하며 알게 된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 받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석달 뒤 윤 대통령은 김 전 구청장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해 그의 피선거권을 회복시켰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시킨 것을 '공천하라'는 의중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전 구청장의 사면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 정치적 결단"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을 경우 본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지도부와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전 구청장이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된다면, 어찌됐든 책임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것이기 때문에 상층부에만 마냥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선거 자체를 일말의 잡음 없이 치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절차상 과정을 지키는 모습만으로도 국민에게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줄 수 있다"며 "공천 잡음이란 부분을 깔끔이 마무리하고 진정성 있게 가서 맞붙는다면 '졌잘싸'가 될 수도 있고,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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