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계기판 없애고, 1회 충전해 1000㎞ 달리고
‘IAA 모터쇼’는 그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다. 1951년 시작해 7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면서 세계 3대 자동차 박람회로 성장했다. 2년 전인 2021년부터 장소를 뮌헨으로 옮기며 이름을 ‘모터쇼’ 대신 ‘모빌리티쇼’로 바꿨다. 미래차 시대는 단순 기계 덩어리에 그쳤던 ‘자동차’의 개념이 ‘움직이는 수단’ 전체로 확장하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한 ‘IAA 모빌리티 2023’은 그야말로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의 향연장이었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올해 IAA는 미래 모빌리티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줄 것”이라며 “자동차 등 특정 교통수단을 넘어 모빌리티 생태계를 서로 연결하고 그 중심에 사람을 두는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가 공개한 콘셉트카 ‘노이어 클라세’(Neue Klasse)는 계기판이 없다. 대신 앞 유리 디스플레이에 차량 정보가 표시된다. 운전자는 개인 맞춤형으로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콘텐츠를 손가락으로 앞 유리창에 끌어올 수도 있다. 이 차량은 2025년에 양산될 예정이다. ‘노이어 클라세’는 독일어로 ‘새로운 수준(New Class)’을 의미한다. 노이어 클라세의 차량 설계 플랫폼은 앞으로 출시될 모든 BMW 전기차의 기반이 된다. 배터리,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모든 요소를 새로 개발해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를 30% 늘리고, 충전 속도를 30% 개선하면서 중량은 30% 줄였다. 올리버 집세 BMW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행사에서 “노이에 클라세는 새로운 상품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벤츠도 앞으로 출시할 미래 고성능 전기차의 표준이 될 콘셉트카를 최초로 공개했다. ‘비전 EQXX’다. 초고효율 전기구동 시스템과 최신 소프트웨어 등 벤츠의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무려 1000㎞를 넘는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CEO는 “EQXX는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진보한 자동차”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새로운 미래 전기차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들고 왔다. 완전히 디지털화된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이다. 미래에는 폭스바겐, 아우디 등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전체 전기차를 SSP 기반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비(R&D)를 포함한 SSP의 전체 투자비용은 현재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보다 30%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이를 통해 향후 출시될 전기차 모델들도 기존 내연기관차 수준의 마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보다는 ‘싼 가격’으로 승부했던 중국 전기차 업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1년 IAA 때보다 배 이상 많은 40여 곳의 중국 업체가 올해 행사에 참가했다. 특히 BYD는 다임러와 합작해 만든 고급 브랜드 ‘덴자’를 공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기아, 토요타 등 한국·일본 브랜드가 불참한 자리에 중국 브랜드가 무섭게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도 미래차의 속을 채울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BSA), 동력전달시스템,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e-CCPM’ 등을 소개했다. e-CCPM은 현대차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의 기반이 될 플랫폼이다. 차체 프레임에 전기차용 섀시 모듈과 배터리를 일체형으로 통합했다. ‘모듈’ 형태로 제작돼 목적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차량을 만들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커넥티비티’(연결성) 기술도 소개했다. ‘엑스 바이 와이어’(X-By Wire)는 조향, 제동 등 필수 기능을 모두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꾼 차세대 섀시 기술이다. 차량 설계, 디자인, 공간 측면에서 자유도를 높일 수 있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통한다. ‘5G 기반 V2X 통합제어’는 모빌리티와 외부 환경이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다.
글로벌 차량 부품회사 콘티넨탈은 전동화 차량에 탑재되는 스마트 콕핏(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 기술을 선보였다. 콘티넨탈은 이번 행사에서 구글 클라우드와의 깜짝 업무협약(MOU)을 맺고 운전자와 자동차가 대화를 통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보쉬는 ‘독립형 비디오 인식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비디오 기반 센서로 주변 환경을 쉽게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이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자동 주차 기능도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선보였다. ‘플렉스(Flex) S’가 대표 제품이다. ‘S’자 모양처럼 기기의 한쪽은 안쪽으로, 다른 한쪽은 바깥쪽으로 접힌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처럼 휴대하다가 차량에서 기기를 펼쳐 계기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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