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사기 진작 고민된다면…“스톡옵션 부럽지 않다” RS의 재발견
스톡옵션 대신 RS(조건부 주식·Re
stricted Stock)를 지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샐러리맨의 로또’로 불리던 스톡옵션 규제가 까다로운 데다 기대만큼 임직원 성과 촉진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RS가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RS 개념 들여다보니
이미 나타난 성과 따라 주식 지급
RS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주식매수선택권으로 불리는 스톡옵션과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점이 많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특정 조건을 충족한 임직원에게 일정량의 주식을 약정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보상 제도다.
일례로 5000원이라는 행사 가격을 부여받을 경우, 기업 주가가 2년 후 3만원이 됐다면 권리를 행사해 5배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잖았다. 만약 주가가 행사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된다. 스톡옵션은 주가의 대세 상승기에는 임직원 성과가 나빠도 이익을 보고, 대세 하락기에는 성과가 좋아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톡옵션을 받으려면 최소 2년 이상 재직해야 하는데 2년 후 회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어 보상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이른바 ‘먹튀’ 사례도 잦았다.
이에 비해 RS는 ‘이미 나타난 성과’에 대한 보상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주는 개념이다.
근속 기간, 실적 등 성과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보상으로 지급하되 양도 시점을 제한한다. 쉽게 말해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아닌 주식 그 자체를 주는 것이다. 주식은 분기, 연 단위로 분할 배분하거나 수년 뒤 일괄 지급되기도 한다.
RS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주식을 곧바로 지급하면서 양도 시점을 제한하는 RSA(Restricted Stock Award), 지급 약정만 하고 일정 기간 후 주식을 지급하는 RSU(Restricted Stock Units)로 나뉜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주식의 전체 가치가 온전히 임직원에게 가는 구조라 임직원 선호도가 높다. 회사 입장에서는 행사 가능 시점까지 임직원 근로 의욕을 높이고 근속 연수를 늘리는 효과가 생긴다.
주가가 떨어져도 보상이 보장되는 데다,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제점을 막을 수 있다는 평가다. 스톡옵션과 비교해 임원의 책임 경영, 직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단기 성과에 매몰될 수 있는 성과급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톡옵션과 비교해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스톡옵션은 대주주에게는 부여할 수 없다는 제약 요인이 있다. 발행 주식 수의 10% 이내로 수량도 제한된다. 하지만 RS는 부여 대상뿐 아니라 수량 제약도 없다. 기업 오너 일가도 얼마든지 RS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급 절차도 간소하다. 스톡옵션은 기업 정관에 반영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RS는 일정 수량에 대한 포괄적인 이사회 결의만 한 차례 거치면 된다. 이후 각 개별 부여 건은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스톡옵션이 매력적이지만 이미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 들어서고 주식 상승세가 꺾인 시기에는 RS의 활용 가치가 더 높다”고 분석했다.
한화 필두로 두산, 포스코 적극 활용
장점이 많다니 스톡옵션 대신 RS를 활용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2020년 한화그룹이 대기업 중 최초로 RS를 도입한 이후 다른 기업으로 점차 확산되는 중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 상반기 한화 16만6004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 한화솔루션 4만8101주를 RS로 받았다. 2023년 8월 말 현재 시점 주식 가치는 136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주식을 지급받는 시점은 10년 후인 2033년이다. 김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일부 계열사는 임원에게 현금 성과급 대신 RS를 주고 있다”는 것이 한화 측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RS를 활용했다. 한화오션이 경영 목표를 달성하면 내년 2월 직원들에게 현금과 RS를 각각 150%(월 기본급 기준)씩 주기로 했다.
두산그룹도 RS를 적극 활용해왔다. 두산밥캣은 지난 3월 자사주 25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임원들에게 RS로 지급하기 위한 용도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올 상반기 RS로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받았다. 양도 가능 시점은 2026년 2월이다.
2차전지 소재 기업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4월 연구·생산부서 일부 직원에게 자사주 2000여주를 부여했다. 당시 종가 기준으로 8억원어치다. 배터리 인재 확보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인재 유치를 위해 RS를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벤처기업도 RS 도입을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해 임직원들에게 RS 형식으로 428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16만972주를 지급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쿠팡, 위메프, 크래프톤 등 e커머스, 게임 업체들도 RS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일찌감치 스톡옵션 대안으로 RS를 활용해왔다. 2003년 당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는 RS 제도를 도입하면서 “회사가 직원 이익을 주주 이익과 더 밀접하게 일치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2011년 RS를 도입했다. 팀 쿡 애플 CEO는 보수의 대부분을 RS로 받기로 했고, 이후 RS를 애플 모든 직원에게 확대 지급했다. 2021년 기준 팀 쿡 CEO가 지급받은 보수총액 중 RS 비중은 80%를 넘는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이직이 잦은 연구개발(R&D) 인재를 잡기 위해 4년에 걸쳐 RS를 분할 지급해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S&P500 소속 기업 대표 평균 보수 중 54%를 RS가 차지할 정도다.
스톡옵션에 비해 장점이 많아 기업들이 너도나도 RS를 활용하지만 ‘만병통치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RS는 임직원들이 받는 즉시 소득으로 인정돼 세금을 내야 한다. 행사 시점을 미루면 소득세 납부가 연기되는 스톡옵션과는 다르다. 회사 자사주를 나눠 주는 개념이라 신주 발행 방식을 쓸 수 없다는 점도 스톡옵션과의 차이점이다. 상법상 회사가 배당가능이익분에 한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어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는 RS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벤처, 스타트업 입장에선 정작 RS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나라 상법상 이익이 나지 않은 자기자본잠식 상태 비상장사는 자사주를 살 수 없다. 국내 대다수 벤처, 스타트업들은 적자인 대신에 투자 유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RS를 도입하기 어렵다. 게다가 RS를 부여받은 동시에 세금을 내야 하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식을 매각했을 때까지 세금을 유예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진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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