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승객' 바다로 떠민 승무원…"명백한 살인" 그리스 '공분'

SNS로 당시 영상 확산…구조 시도도 안해
검찰, 여객선 선장·승무원 3명 기소

그리스에서 30대 남성이 여객선 승무원에게 떠밀려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출항하는 여객선에 뒤늦게 승선하려 했지만, 이를 승무원이 제지했고 결국 바다에 빠져 숨졌다.

7일(현지시간) 그리스 국영 ERT 방송에 따르면 그리스 검찰은 '블루 허라이즌' 여객선 선장과 승무원 3명을 형사 기소했다. 승무원 1명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나머지 승무원 2명은 공모 혐의를 적용했고 선장은 선박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지난 5일 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서남쪽에 있는 항구 도시 피레에프스에서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그리스 사회에서는 공분이 일고 있다.

그리스 피레에프스 항구에서 한 남성이 여객선 승무원에게 떠밀려 바다에 빠져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공분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그리스 현지 언론매체 그릭시타임스, 연합뉴스

영상에는 여객선 '블루 허라이즌'이 출항하려던 순간 한 남성이 여객선 선미에 자동차가 드나드는 램프(경사로)를 향해 다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이 경사로로 올라가 여객선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승무원들은 그를 제지하며 경사로 밖으로 밀어냈다.

남성이 다시 한번 경사로에 올라섰으나 한 승무원이 그를 밀어냈다. 여객선이 부두를 떠나 출항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결국 균형을 잃은 남성이 여객선과 부두 사이의 점점 커지는 틈새에 빠졌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바다에 빠진 이 남성을 구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여객선은 목적지인 크레타섬으로 출항했다.

당시 많은 승객이 갑판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한 승객은 "그는 배 안으로 들어가려고 2~3차례 시도했고, 승무원이 배가 부두를 떠나기 시작했을 때 그를 밀었다"며 "저러다가 바다에 빠질 것이 분명했고, 안타깝게도 그는 결국 여객선 밖으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해안경비대가 출동했지만 이 남성이 숨진 뒤였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그리스 당국에 따르면 이 남성이 여객선 티켓을 소지하고 있었다. 당시 이 남성은 여객선에 탑승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에서 내렸고 다시 승선하려고 했다.

사건 이후 여객선은 피레에프스 항구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스 검찰은 승객과 승무원의 진술을 받은 뒤 선장과 승무원 3명을 체포해 구금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전날 자신의 SNS에 "무책임한 행동과 냉소, 경멸과 무관심의 조합이 이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개탄했다. 밀티아디스 바르비시오티스 그리스 해양부 장관은 "이 범죄가 살인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여객선을 소유한 아티카 그룹은 두 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고 "우리 경영진은 비극적인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며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숨진 남성의 이름은 안토니스 카리오티스로 나이는 36세다. 크레타섬의 과일 가게에서 일하는 그는 최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아테네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