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사라진 사회… 고통을 더 갈망한 사람들

임세정 2023. 9. 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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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이 신체를 가진 물리적인 존재인 한 배고픔과 피로와 통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픈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늙은 사람도 아직 늙지 않은 사람도, 장애가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든 인간이 다양하게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원하므로 나는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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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다산책방, 340쪽, 1만8000원


“그 어떤 환희나 쾌락도 오로지 감각하는 사람 자신만의 것이며 고통과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육체가 경험하는 감각과 사고를 언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으니 인간은 오랫동안 그렇게 전달하고 소통하고 공유하려 애썼으나 그 어떤 표현의 방식도 결국은 불충분하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보라가 4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고통에 관한 깊고 오랜 탐구를 특유의 치밀한 설정과 서늘하게 파고드는 문장으로 풀어냈다.

한 제약회사가 인간의 고통을 무력화시킨 진통제 ‘NSTRA-14’를 만든다. 고통이 사라지자 오히려 고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신흥 종교 ‘교단’은 고통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제약회사를 상대로 테러 사건을 일으킨다. 이후 잠잠해진 교단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교단의 지도자들이다. 그들의 몸은 고문 당한 흔적으로 가득하고 체내에선 다량의 약물이 검출됐다. 형사들은 진범을 밝히기 위해 무기징역으로 수감돼 있던 테러 사건의 범인을 불러들인다.

강력한 진통제의 등장으로 고통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에도 소설의 모든 인물은 각자의 고통을 겪어낸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들인 고통의 시간들을 ‘삶의 의미’라 부르며 견딘다. 모든 고통이 가치있는 것일까. 빈곤에 대한 공포,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안 등이 의미 없는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보라는 우리 모두가 고통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사람이 신체를 가진 물리적인 존재인 한 배고픔과 피로와 통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픈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늙은 사람도 아직 늙지 않은 사람도, 장애가 있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모든 인간이 다양하게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원하므로 나는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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