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대화'에 정권 다 걸었나... 왜?

곽우신 2023. 9. 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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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가반역죄!" 당정에 검찰까지 총동원... "악재 털려고 조급"-"오버하면 역풍"

[곽우신 기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
ⓒ 오마이뉴스 복건우/연합뉴스
 
"그 규모나 치밀성을 봤을 때 도저히 김만배 혼자서 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그야말로 총공세다. 국민의힘이 앞장서고, 용산 대통령실과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와 검찰까지 나서서 <뉴스타파>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메시지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세고, 빈도도 잦다.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정황이 담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이의 대화를 '완전한 허위'로 규정하고 나섰다. 금전을 대가로 한 '조작 인터뷰'로 규정하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최대 수혜자로 지목했다. 최근 쏟아진 여러 악재들을 단번에 뒤엎을 계기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정치공작 전문가가 조직적으로 실행한 범죄"
 
 윤재옥 국민의힘 원대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공작 게이트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인터뷰에 대해 “여론을 조작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언론들이 이를 확산시킨 전형적인 선거 공작극이다”며 “여러 정황과 증거를 살펴봤을 때 이번 가짜뉴스 대선 공작은 정치공작 전문가가 준비하고 조직적으로 실행한 범죄이며, 그 배후에 정치권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성호
 
국민의힘은 7일 오후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두 번째로 소집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번에 드러난 대선 공작 사건은 인터뷰를 조작해 가짜뉴스를 만들고, 수혜 대상자가 이를 SNS에 올리고, 언론들이 이를 확산시킨 전형적인 선거 공작극"이라며 "여러 정황과 증거를 살펴봤을 때, 이번 가짜뉴스 대선 공작은 정치공작 전문가가 준비하고 조직적으로 실행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배후에 정치권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며 배후설을 재차 제기했다. "아무리 간 큰 범죄자일지라도 대선 결과를 뒤바꿀 이러한 대형 대선 공작을 정치적 뒷배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고 실행할 수도 없다"라는 논리다.

윤 원내대표는 "선거공작권과 정치권, 불공정 언론으로 이뤄진 삼각 카르텔을 철저하게 해체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라며 "모든 당력을 다해 이번 선거 공작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대선공작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발족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전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 대선 조작 공작 게이트는 단순한 흠집 내기 차원의 정치 공세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아주 치밀하게 기획된 대통령 선거 공작"이라며 "국민 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시도"로 규정한 것이다(관련 기사: 뉴스타파 보도 논란에 김기현 "사형에 처할 반역죄").

당·정·대에 방통위와 검찰까지 나섰다
 
 왼쪽부터 이동관 방통위원장, 서울중앙지검, 대통령실, 박보균 문체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연합뉴스
 
여당이 이렇게 나서는 건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일 가짜뉴스·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성명서를 시작으로 수석대변인, 대변인, 원내대변인, 부대변인 논평까지 가능한 모든 채널을 연일 동원하고 있다. 7일 현재까지 관련 대변인 논평만 8건, 당 특위 차원의 성명서나 보도자료가 6건이다.

당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와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는 <뉴스타파>뿐만 아니라 해당 뉴스를 인용해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까지 고발하고 나섰다. 이들 특위는 당 포털TF와 함께 네이버를 향해 <뉴스타파> 제휴를 취소하라고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도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 등 공개석상 모두발언을 통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식 회의가 없었던 지난 6일에는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 일정을 급하게 만들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당 소속 의원들과 현직 장관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뉴스타파>와 이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는 데 말을 보태며 '충성 경쟁'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관련 기사: 대정부질문 때도 뉴스타파 공격, 네이버도 조사하란 국힘).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익명의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이례적으로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을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 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대통령실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는 희대의 정치 공작 사건").

대통령실의 '신호탄'에 여권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신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주도 아래에 '가짜뉴스 근절TF'를 만들고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언급하며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다(관련 기사: '언론사 퇴출' 거론한 이동관... "스스로 탄핵 명분 쌓는 것"). 해당 뉴스를 인용 보도했던 KBS·MBC·JTBC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에 대해 실태점검에까지 나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긴급 심의를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퇴치 TF' 내부 대응팀을 가동하고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를 살피기로 했다(관련 기사: 문체부까지 뉴스타파 겨냥 "가짜뉴스 생산-유통 추적"). 이어 서울특별시까지 나섰다. <뉴스타파>가 서울시 등록 인터넷 매체라는 이유이다.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 연일 반복되는 형국이다. 검찰도 칼을 겨누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신학림 전 위원장을 소환한 가운데,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헌법상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농단한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 반부패수사3부 강백신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고 3부 검사를 중심으로 서울중앙지검 소속의 선거·명예훼손 등에 전문성을 갖춘 검사 10여 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코너에 몰렸던 검찰과 여권, 조급함 느꼈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오전 부산시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7
ⓒ 연합뉴스
 
김만배와 신학림 전 위원장 사이 부적절한 금전 거래로 인해 해당 대화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화 당사자 양측 모두 허위로 조작된 대화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누가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 줬느냐와 관계없이, 핵심인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정황은 그대로 의혹으로 남아 있다. 해당 보도가 오보라고 확정할 근거도 나오지 않은데다, 해당 보도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언론사가 조작했다고 볼 만한 내용도 나오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정치권력이 개별 언론사를 향해 '폐간'을 운운하며 겁박하는 것 역시 다른 문제다.

결국 잇따라 발생한 여권의 악재들을 한 방에 뒤집겠다는 정치적 '올인 배팅'인 셈이다. '김만배-신학림'의 대화를 어떻게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엮어 지금의 위기를 만회해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렸던 여권이,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총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의 메시지에 따라서 모두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엄 소장은 "특히 검찰의 경우 2년 가까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펼쳤지만, 아직까지 '스모킹 건'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며 "검찰 입장에서도 이재명 대표를 엮어들어가기 좋은 건수가 하나 생긴 셈"이라고 짚었다. "검찰을 포함한 여권의 조급함이 반영된 것"이라는 진단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역시 "정치인의 모든 언행에는 당연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라며 반전을 노리는 정치적 목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금전 거래 내역 같은 몇 가지 팩트가 확인됐기 때문에, 여권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기에 부담도 적다"라며 "야권에도 유효한 타격을 먹히고 있기 때문에 메시지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실장은 "김기현 대표의 메시지가 유달리 강도가 높은데, 그건 그만큼 세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김 대표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며 "여든 야든 '오버'하면 역풍이 불게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역풍의 양상은 좀 다를 수 있다"라며 "특히 고액의 금전 거래가 있었음에도 떳떳하게 나오는 신학림 전 위원장의 태도나 발언이 야권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봤다.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사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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