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이나 칩' 쇼크…"중국에 모든 기술 수출 중단해야"

박해리, 이희권 2023. 9. 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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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중국 내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의 7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수출 통제 속에서도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SMIC가 개발한 7나노(㎚·1나노=10억 분의 1m) 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제조한 D램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재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공무원에 대한 애플 아이폰 사용 제한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최근 7나노(㎚·1나노=10억 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선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컨설팅 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이 제품을 해체 분석한 결과 SMIC가 제조한 자체 칩인 ‘기린 9000S’가 탑재됐다고 보도했다. SMIC는 중국 1위, 세계 5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테크인사이트는 이 칩에 대해 “세계 최첨단 기술보다 2∼2.5단계 뒤처진 것이며 중국 정부의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 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뺨을 때리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대중 제재 미국에 뺨 때리는 일”


기린 9000S칩 등장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 창립자 모리스 창의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리스 창은 지난 3월 대만의 한 반도체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기술은 대만보다 5~6년 뒤처져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TSMC가 7㎚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를 만든 건 2018년 4월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이 최첨단 기술보다 약 8년 뒤진 14㎚ 칩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왔다. 2019년부터는 화웨이와 SMIC를 블랙리스트(거래 제한)에 올려 관리했다. 하지만 이런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은 기술 격차를 8→5년으로 줄인 것이다.

중국 반도체 기술의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투자가 있었다. 화웨이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1615억 위안(약 29조4123억원)을 투입했다. 전체 매출 6423억 위안의 25%에 육박한다. 지난 10년간 R&D 투자액은 총 9773억 위안으로, 이는 알파벳(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4위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3000억 위안(약 54조7000억원) 규모의 ‘중국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투자 기금을 만드는 건 2014년(1387억 위안)과 2019년(2000억 위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반도체 제조 장비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기술 제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 제재를 피해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차이나 칩(중국 반도체)’의 추격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미국선 “제재 강화해라” 강경 목소리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 굴기’를 멈추지 않자 미국 내에선 제재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은)미국의 기술 없이는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SMIC가 상무부의 해외 직접제품 규칙(FDPR)을 위반했을 수 있다”며 “상무부는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미국 법률을 어기고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어떤 기업이라도 우리의 기술로부터 단절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SMIC가 미국이 제재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국의 지적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하이닉스 반도체도 들어갔다?


한편 메이트 60 프로에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반도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폰에 들어간 주요 부품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은 해외 기업 부품이 사용된 예외적인 경우”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했고, 경위를 파악 중”라며 “2020년 9월 이후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으며 미국 수출 규제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중국으로 이미 유입된 하이닉스의 제품을 대리점이나 영업점 등을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대량의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EPA=연합뉴스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중앙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들은 몇주 전부터 업무용 기기로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런 지침은 업무 회의나 온라인 채팅방 등을 통해 하달됐다”며 “중국은 이전부터 일부 정부기관 공무원에게 업무 시 아이폰 사용 제한 명령을 내렸는데 이번 조치로 제한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전하며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국 측의 화웨이, 틱톡 제재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아이폰 사용 금지를 국유 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해리·이희권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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