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 펑크'…"대규모 세출 감액 우려"

이현주 2023. 9.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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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경 없이 대응 원칙, 세출 감액 불가피"
국회 논의 없이 행정부 재량에 의해 조정 문제
초과세수는 재정지출로 소비…재정규율 확보해야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긴축재정을 편성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세수오차 진단과 대책 정책현안 토론회'에서 "올해 세입 징수 실적이 저조한 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없이 대응하기로 해 세출 감액이 불가피하다"며 "행정부 주도의 대규모 세출 감액이 바람직한가 비판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약 44조원가량 세수결손이 예상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기재부는 올해 세수 부족분을 반영해 긴축 기조의 예산안을 편성해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같은 세수결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근 2년 연속 초과세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2021년은 61조3000억원, 2022년은 52조6000억원가량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혔다. 심 연구원이 초과세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에서 큰 오차가 발생하면서 예상보다 세수가 더 늘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한 추경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심 심의관은 "초과세입이 1%포인트 증가할 때 추경 규모가 0.7%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초과세수가 재정지출로 이어지면서 재정의 경기 대응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의 경기 대응성은 경기가 예상외로 좋아지거나 과열을 보일 때 재정지출을 줄이고, 침체 국면에는 세출을 늘여 경기 진폭을 완화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 오히려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세수결손이 예상될 때 대규모 세출이 이뤄질 경우 경기와 무관한 재정으로 전락해, 재정의 경기 안정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심 심의관은 "과거 2년간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빠르게 급등하면서 경기 호조, 자산시장 부흥에 기인한 초과세수 등이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졌는데, 재정 여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세수결손 보존을 위한 세출 감액이 경기 안정화에 어떤 영향 미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초과세수 진상규명과 재정개혁추진단 TF 1차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심 심의관은 ▲ 재무정보, 소득분포 등 마이크로 정보 활용 ▲ 정책 효과 분석을 위한 미시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 ▲ 경기변동에 대한 모니터링 ▲ 재정규율 확보 등 정확한 세수 예측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세수전망 시기를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현행 기준으로는 6~7월 세입전망이 이뤄지는데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과 회계연도 개시(차년도 1월) 사이에 상당한 긴 시차가 존재해 연중 경제전망이 연말 경제전망과 상이할 경우 오차가 이미 내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회계연도 개시 이전 추계된 세입 전망이 상당히 틀렸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면서 "세수전망 빈도에 대한 조정 역시도 1회 이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수결손이 현실화 될 때 지출 감축만이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추가적인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과거 60%에서 80%로 낮춘 정책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도 정상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수감소가 일시적인 요인인지, 구조적 요인인지 파악하는 것은 향후 재정운용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며 "재정운용단계에서의 유연하고 탄력적인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수오차를 줄이도록 노력하되 피할 수 없다면 세수에 기반한 재정 정책들의 에러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제시된 문제들 중 경기 대응성과 적자편향 축소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세수오차에도 불구하고 경기 상황에 맞는 재정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을 맡은 류성걸 의원은 "'세수실명제'를 하자고 할 정도로 저는 개인적으로 세수 자체의 오차를 줄이는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제출했던 세제개편안 또는 세법개정안의 효과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는데 그게 맞다고 전제를 하는 것인지 틀렸다고 전제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질의하기도 했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시계열 회귀모형에 기반해 세입을 전망하고 있지만, 거시지표만을 활용해서 되지 않는 부분들은 세목별로 점검하고 고치고 있다"면서 "세수추계위원회를 할 때도 정부가 내밀한 정보로 몇몇만 모여서 하는 게 아니라 민간위원들도 구성해서 하고 있다. 앞으로도 최대한 정부를 공유하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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