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에 밀려 폐교로 왔지만…기뻐하는 아이들 보며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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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NIMBY) 현상'으로 교사(校舍)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교장 조명숙)가 최근 서울 강서구의 폐교 건물로 임시 이전했다.
2020년 폐교한 염강초 건물 4개층 중 1~2층에 입주한 학교는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2월엔 이곳을 떠나야 한다.
올해로 19년 차를 맞는 여명학교의 '교사 마련 잔혹사'는 이전 교사인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임대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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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학교 기피에 고통받기도
“2년여 뒤에도 이런 시설 구하길”
‘님비(NIMBY) 현상’으로 교사(校舍)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교장 조명숙)가 최근 서울 강서구의 폐교 건물로 임시 이전했다. 2020년 폐교한 염강초 건물 4개층 중 1~2층에 입주한 학교는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2월엔 이곳을 떠나야 한다.
올해로 19년 차를 맞는 여명학교의 ‘교사 마련 잔혹사’는 이전 교사인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임대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시작됐다. 서울시 등과 협의해 2019년 은평구 은평뉴타운 내 부지로 이전을 준비하던 학교는 일부 주민의 거센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 당시 조명숙 교장이 ‘무릎 꿇어 줄 어머니마저 없는 우리 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란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지만 주민의 반대 여론을 넘지 못했다.
탈북민 학교를 기피 시설로 바라보는 이들의 반응에 학생과 교직원은 큰 상처를 받았다. 7일 강서구의 학교 교장실에서 만난 조 교장은 “우리 소식이 담긴 기사의 댓글을 보며 아이들이 많이 울었다. ‘왜 인간쓰레기를 여기다가 보내려 하냐’는 의견도 봤다”며 눈물지었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 사회엔 탈북 아이들이 깃들 넉넉한 품이 없는 것 같아 서글펐다”고 했다.
여명학교는 201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력 인정 인가를 받은 서울 유일의 탈북민 대안학교다. 재학생은 졸업 시 고졸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학교가 서울 외 부지를 고려하기 힘든 이유다. 궁여지책으로 강서구 폐교 건물에 임시 이전했지만 아직 마음을 놓긴 이르다. 2년여 뒤 계약 만료도 문제지만 현 교사 인근 주민 반발도 있을 수 있어서다.
지난 1일 새 학기를 시작한 학교 건물 곳곳엔 폐교된 학교명이 남아 있었다. 조 교장은 “조심스러워서 아직 간판을 못 달았다. 은평구 때처럼 주민들이 반대할까 봐”라며 “학교에 외부인이 보이기만 해도 깜짝 놀랄 정도다. 감사하게도 아직 반대 의견을 표하는 분들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전 교사에 없던 식당과 넓은 복도, 운동장이 생겼고 남녀 화장실도 층마다 있다. 조 교장은 “어제 땡볕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축구시합을 하며 뛰노는 모습을 봤다”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기적 같다.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웃었다.
현재 학교엔 80명이 출석 중이다. 이들 중 10명만 탈북 청소년이고 나머지는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다. 조 교장은 “우리 학생 대부분은 더는 상처받지 못할 정도로 많은 아픔을 겪었다. 난민으로, 고아로 타국을 전전했다”며 “이런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어내는 데 교회가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도 학생들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여명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은 지난 3월 튀르키예 지진 구호에 써달라며 500여만원을 기부했다. 이중 자신의 장학금 전액을 기부한 재학생도 있다. 조 교장은 “상처를 받았지만 사랑으로 돌려줄 줄 아는 착한 아이들”이라며 “이런 이들을 우리 사회가 곁을 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교는 다음 달 5일 교사 이전 예배를 연다. 조 교장의 바람은 2년여 뒤에도 지금처럼 운동장과 식당 등을 갖춘 시설을 구하는 것이다. 그는 “교육청과 협력해 지금의 폐교를 빌린 건데 민간기관이 빌린 첫 사례라고 안다. 앞으로도 민관협력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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