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즈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재즈란 사랑과 실패, 그리고 ‘블루 웬즈데이’

신승원 2023. 9.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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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버프스튜디오가 신작 어드벤처 PC 게임 ‘블루웬즈데이’를 스팀과 스토브에 정식 출시했다. 게임은 실패한 재즈 피아니스트 ‘모리스’가 에반스 시티에서 느끼는 사랑과 실패,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필자가 게임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나 음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데 괜찮은가?’였다. ‘재즈’를 중심 소재로 삼았던 만큼 그 소재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만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걱정됐던 것.

다행히 ‘블루웬즈데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친근하지만 매력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관련 지식을 알고 있는 이용자라면 반가운 마음이 들겠지만, 몰라도 상관없을 정도다.

블루웬즈데이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 ‘모리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은 염세적이고, 피곤에 절어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닮았다. 축축 처지는 몸과 마음에 직장에서 사고도 치고, 지각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재즈 바 ‘Birds’에 들어간 뒤 ‘모리스’의 삶은 확 달라진다. 모든 인생이 그렇듯 순탄하지는 않지만, 실패와 절망 뒤에는 항상 사랑과 재즈, 성장이 있다. 탄탄한 성장 이야기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감동을 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블루웬즈데이’는 세밀하고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로 이용자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준다. 게임에는 글을 쓰는 할아버지, 빵집 주인, 광장 피아노, 길거리의 포스터까지 무수히 많은 NPC와 상호작용 오브젝트가 존재한다. 게임 내 모든 스크립트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용자라면 정말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다.

NPC
강아지도 있다

특히, 필자는 게임에서 NPC의 스토리를 구경하는 걸 가장 좋아했다. 백수였던 친구가 일자리를 찾고, Vlog를 시작한 빵집 주인이 점점 유명세를 얻는 등 말을 걸 때마다 NPC들의 상황이 조금씩 변했다.

NPC는 게임 시간으로 몇 달 전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추억하기도 하고, “요즘 계속 말을 거네, 나와의 대화가 즐거웠나 보군”하고 아는 체도 하면서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느낌을 준다. NPC와 교류를 하다보면 선물 받을 수 있는 희귀 음반과 숨겨진 미니게임은 덤이다.

선물받은 음반은 주인공의 집에서 ‘LP 플레이어’를 통해 배경 음악으로 틀어둘 수 있다. 음악에 대해 잘 몰라 전문적인 단어로 세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전반적으로 게임 내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듣기에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 테마와 어울리는 연출도 ‘블루웬즈데이’의 완성도를 한층 올려줬다. 주인공 ‘모리스’가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는 불안한 불협화음과 함께 배경이 점점 어둡게 물든다. 불협화음에 어울리도록 일그러진 음표가 주인공을 옥죄듯 등장했다 사라지며 상황에 확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블루웬즈데이 연출

반대로 주인공이 음악에 ‘몰입’을 하면, 주인공을 옥죄듯 느껴졌던 음표가 사람처럼 색소폰을 불고, 드럼을 연주하는 등 친근하고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연출이 등장한다. 캐릭터의 심정에 따라 ‘음악’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

물론 좋았던 부분도 있었던 만큼,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블루웬즈데이’에는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미니게임 요소가 있지만, 설명이 불친절했다. 미니게임은 NPC와 대화를 하거나, 특정 사물을 건드렸을 때 갑자기 시작되는데, 준비 시간도 짧고 미니게임에 대한 설명도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타이밍 맞게 버튼을 누르거나 퍼즐을 맞추는 등 간단한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가 순간적으로 게임의 구조를 파악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미니게임이 스토리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은 게 게이머의 마음 아니겠는가.

피아노 연주

더 좋아질 수 있었던 부분도 눈에 밟혔다. 필자가 좋아했던 만큼 가장 아쉬움을 느낀 건 ‘피아노 연주’라는 미니게임으로, 노트가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게 특정 키보드 키를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리듬 게임을 상상하면 쉽다.

‘피아노 연주’의 음악도 좋고, 게임 테마와 리듬 게임 요소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지만,노트를 ‘눌렀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버튼 피드백이 적어서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를 누를 때마다 작게 소리가 나거나, 시각적 효과를 더 강하게 넣었다면 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 게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미니 게임인 만큼 ‘Miss’, ‘Good’, ‘Perfect’과 같이 ‘얼마나 정확하게 쳤는지’, ‘제대로 친 노트는 몇 개인지’ 등 조금 더 세세한 요소가 들어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사용자 중심의 게임 저널 - 게임동아 (ga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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