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엔진' 만드는 HSD엔진 노동자들, 생존권 지키기 나섰다

윤성효 2023. 9. 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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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경남지부 "구조조정 저지, 밀실매각 반대, 투기자본 규제 결의대회"

[윤성효 기자]

 7일 오후 창원공단 HSD엔진 정문에서 열린 “구조조정 저지, 밀실매각 반대, 투기자본 규제 결의대회".
ⓒ 금속노조 경남지부
 
해외 선주사들이 엄지척을 할 정도로 '명품 엔진'을 생산해 오고 있는 창원 HSD엔진 노동자들이 '또 매각이냐'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뭉쳤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지부장 안석태)는 7일 오후 창원공단 HSD엔진 정문에서 '구조조정 저지, 밀실매각 반대, 투기자본 규제'를 내걸고 결의대회를 열었다.

종합 엔진 생산 전문업체인 HSD엔진은 지금까지 최대주주가 '인화정공'이었고, 이번에 한화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있으며, 노조는 인화정공-한화와 각각 교섭을 요구하거나 진행하는 상태다.

HSD엔진은 이번이 회사 매각이나 사명·최대주주 변경이 다섯 번째 진행이다. 이 회사는 1983년 옛 한국중공업의 엔진사업으로 시작했고, 외환위기(IMF) 이후인 1999년 옛 'HSD엔진'으로 법인설립 등기를 했다.

회사는 두산그룹이 인수하면서 2005년 두산엔진으로 바뀌었고, 한때 투자합자회사 소시어스 웰투시 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로 있다. 2018년 새 'HSD엔진'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집회에서 안석태 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하는 행위를 보면, 같은 하늘 아래에 있을 수 없다.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을 해야 하고,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을 돌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지부장은 "자본에 한 마디 하겠다. 노동자는 마음대로 팔고, 밀실에서 하는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다섯번 매각되는 동안 공장을 지켜온 사람은 노동자들이라는 걸 자본은 각오해야 한다. 노동자의 존엄을 훼손하지 말고,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선택지는 투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쟁할 때는 때가 있고, 객관적 요소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의 단결된 의지이다. 그것만이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며 "자본은 항상 그랬다. 우리의 단결의 틈을 파고든다. 그 순간 분열이 싹튼다.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하나되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창원공단 HSD엔진 정문에서 열린 “구조조정 저지, 밀실매각 반대, 투기자본 규제 결의대회".
ⓒ 금속노조 경남지부
 
2007년에 입사해 17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한 신영기 조합원은 현장발언을 통해 노동자 단결을 호소했다. 신 조합원은 "회사는 날이 갈수록 탄탄대로다. 친환경 저진동 명품 엔진 세계 최초 생산이라든지 세계 최초 선박용 이중연료 재상용화 성공 등을 통해 '세계일등엔진'이라는 세계 정상의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순수했고 우리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며 "조선 경기 부진과 외환투자 실패라는 명분을 무기 삼아 직원들에게만 고통을 분담했고, 2021년과 2015년 명예퇴직이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가족 같은 직원들은 얼마 되지 않는 푼돈으로 길거리로 내몰렸고, 열심히 일만 했던 대가는 처참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의 피땀은 자본의 주머니로만 들어가는 일방통행이었다. 임금동결, 복지축소 등 단체협약마저 후퇴를 요구하며 우리의 믿음에 대한 보답은 매써운 칼질이었다"면서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저는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 투쟁은 간부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겠다. 또다시 자본에 당할 수 없다. 투쟁에 앞장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밀실·투기자본이라는 단어가 엄습해 온 지 오래되었다. 얼마전 옛 대우조선해양에서 현대중공업이 밀실매각 추진을 하다가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단결된 힘에 의해서 내쫓겨 나갔다. 대단히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자본들은 밀실과 투기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있다. '오로지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인식으로 노동자들 몰래 자신들의 이익만을 논의하는 그런 구조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우리가 어떤 투쟁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자본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고 우리의 기본적인 노동권과 우리의 기술력,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노동자들이 하나 돼 스스로의 권리를 찾지 않으면 설 곳은 없다.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이용당하고 들러리가 되고 결국에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7일 오후 창원공단 HSD엔진 정문에서 열린 “구조조정 저지, 밀실매각 반대, 투기자본 규제 결의대회".
ⓒ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오영 금속노조 HSD엔진지회장은 "우리 조합원 자랑부터 하겠다. 조합원들은 국내 대형 선박 엔진 생산 1위, 글로벌 선주들이 품질에 당연코 엄지척을 하는 독보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 우수한 우리 조합원 엘리트와 우리 인재들이 속속 이직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조합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최대주주·대표와 단체교섭에서 수십 번 이야기했다. 우리 우수한 인재를 경쟁사에 뺏기지 말고 임금과 복지, 작업환경을 개선해서 회사 유지 발전에 노사가 같이 노력하자고 말이다"라며 "그런데 회사를 팔아버렸다. 임직원들도 함께 노력하자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회사를 팔았다. 그것도 우리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팔았다"라고 했다.

정 지회장은 "우리 조합원들 생계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공장에 왔던 자본들은 떼돈을 벌어서 갔다"며 "이익에 대해 분배 좀 하고, 생존권 좀 보호해주고, 단협 승계해주라고 했지만,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 자본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제는 현장에서 행동하고 실천해서 노동의 존중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HSD엔진을 비롯해 창원·사천·김해 등 여러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매각 등이 진행되자 오는 13일 '구조조정·임단협 미타결 사업장 대상 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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