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뜨거웠던 올 여름은 '엘니뇨 예고편'…내년 진짜가 온다
올여름 전 세계 기온이 1940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내년에 지구가 더 뜨거워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국(C3S)에 따르면, 6~8월 세계 평균 기온은 16.77도를 기록했다. 1940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최고치인 2019년 6~8월 16.48도보다 0.29도나 높았다.
월별 기록으로도 지구가 여름 내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7월 평균기온은 16.95도로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으며, 8월이 16.82도로 뒤를 이었다. 6월 역시 16.51도로 8위를 차지했다. 사만다 버지스 C3S 부국장은 “올해 전 세계 사상 최고 기온이 계속해서 붕괴됐다”며 “역사상 가장 뜨거운 6월과 7월을 거쳐 가장 더운 8월이 닥쳤다”고 분석했다.
전례 없이 더운 여름을 겪으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일 평균기온이 19세기 이후 가장 높은 33도까지 올랐고, 모로코에서는 처음으로 5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는 기록상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뜨거운 계절을 방금 견뎌냈다”며 “기후 붕괴가 시작됐고,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4번째로 더운 여름…남부 역대급 장맛비
올여름에는 극한호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장마철에 강하고 많은 비가 전국 곳곳에 쏟아졌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60.2㎜로 관측 사상 3번째로 많았다. 이번 장맛비는 특히 남부 지방에 집중됐는데, 712.3㎜의 비가 내려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장마철에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자주 불었고, 북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와 자주 충돌하면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더욱 강화돼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8월에도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렀던 첫 종단 태풍인 카눈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장마철 기록적인 비가 내렸고, 한반도를 종단하는 태풍의 영향을 받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했다”고 했다.
엘니뇨 경고 현실로…내년에는 더 뜨거울 수도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으로 지구 전체의 기온을 0.2도가량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기온보다는 강수량에 더 영향을 미친다. 앞서 기상청은 엘니뇨의 발달로 인해 남쪽에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올여름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엘니뇨가 이상고온과 극한호우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문제는 아직 엘니뇨의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초 기상학자들은 엘니뇨의 발달로 인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강한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달까지 슈퍼 엘니뇨가 시작할 확률이 80%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WMO 사무총장인 페테리 탈라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엘니뇨 현상은 발생한 후 2년째에 영향이 나타난다”며 “(엘니뇨로 인한) 온난화의 영향이 완전히 나타나기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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