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집 상당" 간호사에 혼쭐났던 與…총선 전 50만 교사 달래기

전민구 2023. 9. 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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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의 모습. 당시 집회 참가 교사들이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연합뉴스


“간호법 사태 당시 직능단체의 반발을 보며 지도부가 느낀 것이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7일 국민의힘이 교원단체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선거 전에는 스펙트럼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특정 단체와의 마찰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내년 4·10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50만명에 달하는 교사들 민심을 살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간호법 사태를 겪으며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들은 위기감을 호소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여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던 간호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되자 간호사 단체가 조직적으로 반발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 재투표를 거쳐 최종 부결되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 운동’, ‘부패 정치인에 대한 낙선 운동’ 등을 내세우며 여권을 압박했다. 당시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우리 지역구만 해도 간호사인 책임 당원이 여러 명 있다”며 “간호사의 결집력이 상당해서 내 입장에선 부담감이 크다”고 토로했었다.

이런 경험을 한 탓에 최근 교원단체와 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국민의힘을 두고 정치권에선 “제2의 간호법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서이초 사태 이후 교권 증진을 표방하는 단체가 확대되고 있다”며 “총선 앞 의견 개진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현재 교원 단체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진 단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으로 약 13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실제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 이후 여권은 교육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권회복을 요구하는 교원단체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되도록이면 충돌을 피하고 접점을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진행된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에 대한 선처도 정부에 요구했다. 이튿날인 지난 5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교육 멈춤의 날을 위한 교사들의 연가 및 병가 사용에 대해 정부에 관용적 입장을 취해줄 것 당부드리겠다”며 “법을 지켜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엄정 대응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법에도 눈물이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런 요청에 당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던 교육부는 입장을 바꿔 “교육 당국이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라고 화답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영호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장과 이태규 국민의힘 간사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9.7/뉴스1

국민의힘은 ‘교권회복 4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의 처리에도 적극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을 위해선 법을 통과시켜 실제 현장에서 법이 집행되는 날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당과 정부는 하루빨리 결과물을 교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도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여야가 평행선을 달렸다. 교권 침해 사항의 생활기록부 기재 여부, 아동학대 사례 판단위원회 신설 등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날 “이제까지 의결된 법안만이라도 당장 전체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일부라도 처리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교사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야당은 쟁점 사안에 대한 합의를 마친 뒤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맞섰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소위에서) 더 논의하자”며 “더 많이 반박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합의제로 진행되는 법안심사소위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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