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10~13일 만날 듯"…평양 열병식엔 中대표단 온다

박현주 2023. 9. 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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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거란 관측이 구체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무기 등 군수품을 확보하고, 북한은 군사 기술과 식량을 받아내는 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잔을 부딪히는 모습. 타스. 연합뉴스.


金 방러 가능성 속속 제기


일본 NHK는 7일 러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극동연방대를 포함한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ㆍ러 정상회담 개최가 조율되고 있다"며 "군 관련 시설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첫 보도 직후 미 정부가 이를 사실상 확인한 가운데 이날 NHK까지 회담 조율 정황을 연이어 제기한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5일 관련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톡에 가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정과 동선이 이미 노출된 가운데 김정은이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김정은의 방러 가능성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북한과 우리만의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이 관계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했다. 또 "물론 우리는 다른 국가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계속 그들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방러가 성사될 경우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해군 함정들이 정박해 있는 33번 부두나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를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ㆍ러가 사실상 김정은에게 절실한 핵잠수함, 위성 등 군사기술과 무기를 주고받는 '빅 딜'을 시인하는 행보다.

2019년 4월 연해주 남단 하산스키 하산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에서 하차하는 모습. 연해주 주정부 홈페이지.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정박지를 김정은과 푸틴이 함께 찾아 한ㆍ미ㆍ일에 견제 메시지를 던진 뒤, 조만간 동해와 블라디보스톡 인근에서 합동 해상 훈련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김정은으로서는 러시아와의 훈련이 전력 보강과 작전 영역 확대 측면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고, 푸틴 또한 태평양으로 향하는 통로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합동 훈련 회의적 시각도


반면 북ㆍ러 혹은 북ㆍ중ㆍ러 합동 훈련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2005년부터 연합훈련을 해온 중ㆍ러와 달리 북한은 외국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전례가 없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 군 자산과 전력 현황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고, 북한 군인의 외부 접촉도 불가피하게 이뤄질텐데, 과연 북한 당국이 이를 감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은 아직 확실치 않다. 오는 9일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75주년 열병식을 치른 후 이튿날인 10일 새벽에 곧장 블라디보스톡으로 출발하거나, 하루 뒤인 11일 새벽에 떠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이 코로나19 이전 마지막 대외 행보로 2019년 4월 러시아를 찾았을 때도 이른 새벽에 전용 방탄 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육로로 이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북러 정상회담 김정은 예상 경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뉴욕타임스(NYT)]


"中 대표단 방북"


이런 가운데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9.9절을 맞아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국 대표단이 방북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앞서 올해 9.9절에 '민간 무력' 열병식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2021년 9.9절에 처음 개최했던 것처럼 이번 민간 무력 열병식도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을 동원한 형식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지난 7월 소위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열병식에 이어 오는 9.9절 열병식까지 올해만 세 번째 열병식을 여는데, 전례에 비춰 이례적으로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9.9절은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정주년이다. 하지만 역시 정주년이었던 2018년 9.9절 70주년 열병식에 중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단장으로 방북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표단장의 급이 낮아졌다. 이번 열병식이 민간 무력 열병식인 데다, 중국이 고위급 인사를 보내며 대놓고 북한과 밀착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 연합뉴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북ㆍ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가운데 중국은 군사협력구도에 엮이기 싫은 심정일 것"이라며 "중국이 북ㆍ러 연대를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마치 북ㆍ중ㆍ러 연대를 주도하거나 '기획자'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북한과는 경제, 의료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ㆍ미ㆍ일에 대놓고 맞서는 모양새를 희석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측근 무게감도


실제 류 부총리는 과학기술 관료 출신으로 현재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인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친위 그룹'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 나름의 중량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에서 2020~2022년 당서기를 지내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질적 측면에서 보면 류 부총리는 시진핑 측근일 가능성이 있고 국무원 부총리에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북ㆍ중 교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린성 출신이라서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북ㆍ중이 경제 협력 분야에 포커스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 보도는 아직이지만, 러시아 또한 9.9절에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지난 7월 말 소위 전승절 열병식 이후 한 달여 만에 북ㆍ중ㆍ러가 또다시 북한 열병식을 계기로 집결하는 모양새가 된다. 한편 김 위원장은 2021년 9.9절 민간무력열병식에는 참관만 하고 연설은 생략했다.

지난 7월 27일 소위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계기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나란히 선 모습. 뉴스1.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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