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만든 파국, 이번 돌싱특집은 왜 이리 불편할까
[이준목 기자]
▲ SBS Plus, 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 SBS Plus, ENA |
'16기 돌싱특집'은 왜 이리 보기 불편할까. 명색이 연애 데이팅 프로그램인데도 정작 새로운 사랑을 찾기 간절히 원하는 남녀들의 진정성이나 풋풋한 감정적 설렘 등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반면에 무책임한 선동-참견-이기주의-가짜뉴스-내로남불까지, '솔로나라'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으로 인하여 공동체의 신뢰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정치극'을 더 연상시킨다.
9월 6일 방송된 SBS PLUS·ENA 리얼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 113회는 '돌싱 특집 2탄'의 7번째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와전된 말이 불러온 오해와 갈등이 폭발하면서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이 그려졌다.
지난주 방송에서 최대의 '빌런'으로 부상한 영숙(무용강사)은 광수(스타트업 CEO)와의 데이트 중단 사태에 이어, 숙소에 돌아와서는 옥순(서양화가)-상철(항공사 공급망 분석가)과 연이어 충돌했다. 영숙과 언쟁을 벌이고 돌아온 상철은, 공용 거실에 모여있던 남녀 출연자들에게 영숙이 화가 났던 이유를 대신 자세히 설명해줬다.
여자 숙소로 돌아온 옥순과 정숙(에너지 공기업)은 영숙과 다시 대화를 통하여 오해를 풀었다. 정숙이 전후 사정을 설명해주고 영숙이 재차 옥순에게 사과하면서 일단 표면적으로 여성 멤버들끼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회복하는 모양새로 정리됐다.
다음날, 슈퍼데이트권을 가지고 있던 영숙은 영호(엔지니어)에게 깜짝 데이트를 신청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영호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상철은 씁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영호에 관심이 있던 현숙(방사선사)도 끊임없이 영숙을 견제하며 질투심을 표출했다.
영숙은 "처음에 첫 인상 선택을 해줬던 영호님을 알아보는 데 쓰고 싶었다"고 데이트를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철님이 계속 신경쓰인다"면서, 전날의 언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철에 대한 미련도 남아있음을 드러냈다.
영숙은 "오늘은 영호님을 알아가면서 상철님의 허파를 휘딱 뒤비는(속을 뒤집는) 시간"이라고 선언하며 상철의 질투를 유발하려는 '큰 그림'임을 고백했다. 상철도 영숙의 의도를 간파하고 "이럴 때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정작 표정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마음을 추스른 광수는 아침에 영숙을 찾아와 전날 데이트의 실언을 재차 사과했다. 광수는 "신중하지 못한 표현들로 상처준 거 사과하고 싶다"며 진심을 전했다. 이에 영숙은 "제가 상처받을 만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으시겠냐?"고 확인한 뒤 "어쨌든 데이트인데 혼자 두고 와서 미안하다"고 같이 사과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감정을 풀고 남은 기간 동안 잘 지내보기로 약속하며 화해했다.
영숙은 이번엔 영식(에너지회사)과 대화를 나눴다. 영식과 영호는 현숙을 놓고 경쟁중이었다. 영숙은 영식에게 "현숙님은 영식님을 최종선택한대요? 전 아닌 것 같은데, 현숙은 영호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라며, 위험한 조언으로 광수에 이어 이번엔 영식의 마음까지 흔들어놓았다. 현숙과 서로 잘되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영식은 "나중에 결과가 아니면 내가 착각을 하고 있던 거네? 영숙님과 대화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며 혼란스러워했다. 영숙은 "영식님도, 남자들이 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수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했다.
광수는 "오늘 새벽부터 모두 리셋"이라고 선언하며 옥순과의 관계를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작 옥순은 광수의 마음이 바뀐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여자 숙소를 찾은 광수는 정숙에게 슈퍼 데이트를 신청했다. 광수가 당연히 옥순에게 데이트를 신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여자 출연자들은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 SBS Plus, 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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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는 정숙과의 데이트에서 그동안의 일화를 설명하며 옥순에게 마음이 떠나게 된 이유도 고백했다. 광수는 "옥순에게 뒤통수를 두 번 맞았다. 예의없고 성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모두 남에게 듣거나 본인의 일방적인 생각일뿐, 정작 당사자인 옥순과 나눈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광수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정숙도 이 부분을 짚어냈다. 정숙은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말이 와전되고, 전달이 잘못되고 뉘앙스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광수님이 옥순님에게 실망한 포인트가 만약에 오해라면?"라고 처음으로 광수를 일깨워줬다.
광수가 "옥순의 '내 마음은 오늘까지다(실제 옥순의 정확한 표현은 '지금까지는'). 내 마음은 변할 수 있다'라는 말에 실망했다"고 이야기하자, 정숙은 "그건 '여자어'다. 끝까지 잘하라는 의미인데, 나라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라고 해석해주며 미소를 지었다. 정숙은 "우리는 모두 사랑에 아픔을 겪은 사람이기에 신뢰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광수는 비로소 최면에서 깨어난 듯 큰 충격에 빠졌다.
영자(전자기업 환경보건팀)는 호감이 있던 영수(헬스트레이너)와 데이트에 나섰다. 영자는 영수에게 계속해서 마음을 표현했으나, 이미 옥순에게 호감이 있던 영수는 '워킹맘'인 영자의 현실적인 조건을 계속해서 지적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수로서는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지만 상대가 무안해질 정도로 부정적인 대답만 거듭하며 철벽을 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자는 영수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영철(공기업 공사감독)과 대화를 나누다가 옥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자는 옥순이 영수를 첫인상 선택했었다는 이야기를 오해하여 "옥순이 영수에게 '처음부터 너였다(실제 발언은 '처음에는')'고 했다더라"며 옥순이 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퍼뜨렸다. MC 송해나는 "영자가 옥순에 대한 견제심과 영수에 대한 답답함에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안타까워했다.
영호는 현숙-영숙과 잇달아 데이트를 진행했다. 서로 호감이있던 영호와 현숙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현숙은 "모든 게 완벽했던 데이트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한편으로 "(최종선택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안 해준다"며 서운함도 드러냈다. 영숙은 결혼과 자녀를 생각하면 안정감을 주는 영식을, 이성적인 설렘은 영호에게 더 느낀다며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매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영호는 "현숙님이 좋은데, 만일 자녀가 없다면 직진했을 것"이라며 재혼을 하면 상대의 자녀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영호는 "사춘기 아이에게 중요한 시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봐 걱정이다. 생각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다가왔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느냐가 고민"이라며 현실적인 문제 앞에 신중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 SBS Plus, ENA <나는 솔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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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광수와 정숙은 각각 남-녀 출연자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눴다. 광수는 옥순과의 오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전날 영철-영식과의 대화를 되짚었다. 세 사람은 서로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해가 발생한 것. 솔로남들은 광수에게 옥순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그 시각 여자출연자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옥순은 초지일관 자신의 마음이 광수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어제 리셋됐다'는 광수의 이야기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잘못된 조언으로 광수를 흔들었던 영숙, '옥순이 영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퍼트렸던 영자는 그제서야 옥순의 진실을 깨닫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살은 전날 광수와 데이트를 했던 영숙에게 돌아왔다. 여자 출연자들은 대체 그동안 광수의 심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영자는 영숙을 지목하며 "어제 광수님과 데이트했는데 해 줄 말이 없냐"며 지목했고, 당황한 영숙은 "무슨 말을 해줄까?"라고 버벅거리며 광수를 자극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지 못했다.
그때 광수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정숙이 합류했다. 광수에게서 이미 모든 전말을 듣고 온 정숙은 쓴 웃음을 지으며 "지금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이 무슨 일로 생긴 거나면, 말이 와전됐다. 그냥 본인이 본인한테 들어, 그게 제일 정확하다"며 일침을 날렸다.
영숙은 "데이트를 했던 광수님, 옥순 언니, 영자, 이 세 사람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본인은 슬쩍 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정숙은 "너도 있잖아"라고 영숙을 콕 집어 지목했다. 영숙은 당황하며 두서없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어진 예고편에서는 정숙이 옥순을 불러 "광수와 옥순의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고 설명해주고 옥순은 "영숙이 왜 그랬지?"라며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광수와 옥순은 비로소 대면하여 다시 대화를 나눴고, 오해와 분란을 일어나 원인을 두고 광수와 상철이 날카롭게 대립하며 녹화한 테이프를 공개하자며 충돌하는 모습을 예고하여 긴장감을 높였다.
'음식은 갈수록 줄고 말은 전할수록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16기 돌싱특집은 남녀출연자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상대와의 관계에만 솔직하게 집중하는 모습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속단하고 간섭하는 데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솔로나라 안에서 생면부지의 성인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선동과 가짜뉴스에 얼마나 쉽게 휩쓸려 망가질 수 있는지, 작은 오해가 공동체의 신뢰를 어떻게 무너뜨릴수 있을지, 작은 사회의 축소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로 <나솔>의 역대급 기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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