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신형폰에 하이닉스 반도체? 美 주장에 SK "거래 안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미국이 수출 규제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가 내장된 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미 정치권에서 "제재 위반으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 애플의 아이폰을 자국 공무원들이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첨단 산업에서 미·중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미국대사관에서 취재진에게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SMIC는 미국의 지적재산을 확보하려 하는 등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최근 화웨이가 SMIC로부터 공급받은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미국의 제재 규정에 따르면 미국의 첨단 기술이 사용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선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SMIC는 공정 전반에 미국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SMIC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미 정부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스마트폰 출시를 두고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기술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관련, 화웨이 측은 해당 스마트폰에 쓰인 프로세서 사양 등은 밝히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 구매 경로도 함구하고 있다.
매콜 위원장은 또 "신형 반도체뿐 아니라 레거시 칩(구형 반도체)도 살펴봐야 한다"며 "중국이 저사양 반도체 칩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관련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SMIC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이 미국의 수출규제 실패와 규제 조치 위반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때까지 언급을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라는 원칙에 맞춰 국가안보 우려에 초점을 맞춘 기술규제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 반도체도 탑재"
화웨이 스마트폰에 한국산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메이트 60 프로'를 해체·분석한 결과 부품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인 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더는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이 사안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스마트폰 사용 규제에 나섰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몇 주 전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과 외국 업체 기기를 업무용으로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 것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등도 중국산으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이 국영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아이폰 사용 금지령이 미국의 틱톡 및 화웨이 금지령에 대한 '맞불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의 5세대(5G) 무선통신기기를 퇴출하고, 동영상 앱 틱톡을 제재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은 2021년 기밀정보 유출 우려를 들어 중국 국방부와 국영기업의 테슬라 차량 사용을 제한했다. 이번에 미국 첨단기업의 상징인 애플을 정조준한 건 자국산 스마트폰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란 평가도 나온다.
WSJ는 "애플 전체 매출의 19%가 중국에서 발생한다"며 "이번 조치로 애플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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