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출격’ 조우영-장유빈…“남자골프 금메달 되찾아올게요”
피만 섞이지 않았을 뿐, 친형제와 다름없었다. 형이 우승하면 동생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반대로 동생이 정상을 밟으면 형은 가장 먼저 달려와 부둥켜안으며 감격을 나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골프계 의형제’ 조우영(22)과 장유빈(21)이 이제는 아시아 무대 평정이라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한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남자골프 국가대표 조우영과 장유빈을 최근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만났다.
이번 대회는 남녀 선수들이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중국 항저우의 웨스트 레이크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나흘간 샷 대결을 벌인다. 남자부에선 조우영과 장유빈 그리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시우(28), 임성재(25)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여자부는 유현조(18)와 임지유(18), 김민솔(17)이 출전한다.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성적으로 정해지는 금메달은 모두 4개다.
아시안게임을 앞둔 둘은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이었다. 대회장과 훈련장을 오가며 서로 부족한 부분도 채워주고 있다. 조우영은 “평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가 (장)유빈이다. 거의 가족이라고 보면 된다”고 웃고는 “유빈이는 어릴 때부터 해당 학년에서 톱이었다. 지금도 내가 옆에서 많이 배운다”고 동생을 먼저 치켜세웠다. 그러자 장유빈은 “처음에는 (조)우영이 형과 쉽게 친해지지는 못했다. 둘 다 금세 마음을 터놓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했다.
조우영과 장유빈은 올 시즌 골프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아마추어 유망주들이다. 아직 프로로 데뷔하지 않았지만, 벌써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먼저 조우영은 4월 골프존 오픈을 제패해 코리안 투어 통산 10번째 아마추어 우승자가 됐다. 또, 장유빈도 지난달 군산CC 오픈 정상을 밟아 아마추어 돌풍을 이어갔다.
스무 살 전후의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하면 곧바로 프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우영과 장유빈은 프로 데뷔를 잠시 뒤로 미뤘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해 4월 김시우, 임성재와 함께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런데 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면서 아마추어 정원(定員)으로 뽑힌 조우영과 장유빈은 계속 현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조우영은 “대회가 연기돼서 아쉬움은 컸다. 개인적으로 짜놓았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래도 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닌가. 힘들지만 1년을 더 기다리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우영은 모든 샷에서 부족함이 없는 이른바 육각형 골퍼다. 드라이브샷부터 아이언, 퍼트까지 골고루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가끔씩 흔들리는 멘탈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지난 프로 무대 우승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장유빈은 타고난 장타력과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으로 경쟁자들을 긴장시킨다. 유일한 약점으로 통했던 퍼트는 올해 태국 전지훈련을 통해 많이 보완했다.
조우영과 장유빈은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의 우애를 증명하는 장면은 지난달 장유빈의 우승 때였다. 장유빈이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자 조우영이 가장 먼저 달려와 포옹하면서 감격을 나눴다. 외동아들로 형제가 없는 조우영은 “유빈이는 때로는 동생 같고, 또 때로는 형 같다. 그래서 의지가 많이 된다. 외국으로 원정을 가면 가끔 직접 요리도 해준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 남자골프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김민휘(31)가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단체전 금메달까지 휩쓸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금맥이 끊겼다. 직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오승택(25)의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대신 일본이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올해 대회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는 일본이다. 단단한 골프를 하는 유망주들이 출전할 예정이다. 물론 홈팀 중국의 텃세도 조심해야 한다. 장유빈은 “최근 스페인에서 국제대회가 열렸다. 역시 일본 선수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더라. 또, 현지 코스를 잘 아는 중국을 비롯해 최근 강세가 돋보이는 동남아도 경계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아직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바로 김시우와 임성재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후배들과 함께 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조합이 뛰어나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우영과 장유빈은 “선배님들의 존재감은 이번 투어 챔피언십(30명만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으로 증명되지 않았나. 이렇게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면서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2010년 이후 갖지 못한 금메달을 꼭 되찾아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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