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하면 정권 몰락" 민주당, 채 상병 사건 특검법 발의
[류승연, 유성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김의겸, 기동민, 권칠승, 윤준병, 소병철, 진성준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기자회견에 참석한 소병철 의원은 “해병대원 사망 순직 사건은 원래의 사법 절차대로 진행이 되었더라면 국민들께서도 큰 문제없이 진상규명이 되었을 거다. 그러나 국민들께서 아시다시피 중간의 외압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막기 위해 특검법을 발의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 유성호 |
당 내 꾸려진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와 국회 국방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은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고 덮고 싶어도 덮을 수 없고 바꾸고 싶어서 비틀어도 바꿀 수 없다. 대한민국 해병으로 복무한 20대 청년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힐 시간"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 더불어민주당,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검법 발의 ⓒ 유성호 |
특검법에 담긴 요구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고, 사건 발생 후 불거진 대통령실·국방부 등에 따른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는 것 등이다. 다만 이번 특검법의 방점은 '후자'에 찍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병대원의 순직 사고와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최고위 관료들이 사건 왜곡과 은폐 등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의원들은 "방해 행태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국가안보실 소속 관계자와 국방부 장·차관, 법무관리관 등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가 조사 관련 사항을 보고 받고 수사단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해병대 군사경찰이 적법하게 경찰청에 이첩한 기록을 위법하게 되돌려 받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외압행사 의혹까지 제기됐다"고도 덧붙였다.
또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상규명을 하고자 했던 해병대 수사단장을 오히려 항명죄로 몰아 보직 해임하고 입건했으며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가 군사법원에 의해 기각 당했다"며 "구속영장청구서조차 얼마나 급조되었는지 '박 단장이 자료를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했다'는 웃지 못할 표현들과 장관 등의 구체적인 외압 행태가 고스란히 적혀 있는 등 수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방부 검찰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국방부 장관의 외압 행태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사실관계를 부정하기도 했다"고도 언급했다. 지난 1일 군 검찰이 청구한 박 단장의 영장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이 담겨 있었는데도 정작 이 장관은 이번 사건 관련 "어떠한 외압도 없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꼬집은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이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는 본인이 검찰단장에게 (경찰로 이첩된 수사 기록) 회수를 직접 지시했다고 답했지만, 며칠 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누구에게도 회수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대답하는 등 앞뒤가 안 맞는 해명을 해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지금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안보실 2차장, 국방비서관, 심지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까지 교체하려 하고 있다"며 '특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외압 의혹 자인하는 것"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은폐가 윤석열 정권이 몰락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동민 의원은 "박정훈 단장을 부당한 외압과 항명죄로 옭아맨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 한다면, 그게 바로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과 상식이 죽었다는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의원 역시 "이제라도 진상을 밝히겠다는 자세로 (윤석열 정권에서) 자백해야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특검법에라도 합의해야 한다"며 "진실을 가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려 한다면 (정권이)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여당이 특검법에 협조할지부터 미지수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특검, 국정조사 요구를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특검법은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도 통과해야 한다. 이를 의식한듯 박주민 의원은 이날 "당론화하는 작업이 일차적이고 이차적으로 여당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설령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다. 너무나 직접적으로 여러 번 (거부권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 역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외압 의혹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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