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화관②]아이맥스·수퍼플렉스 키우는데…발목 잡는 스크린쿼터
韓영화 73일 의무화 스크린쿼터 실효성 잃어
악재에도 레이저 영사기 상영관 상향 평준화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경쟁이 심화하자 일제히 차별성을 내세웠다. TV, 컴퓨터, 모바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대형 스크린과 생생한 음향이다. 이를 극대화한 특별관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CGV는 용산아이파크몰, 광교, 인천 등 스무 지점에서 아이맥스를 운영한다. 선명한 화질과 최적의 음향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상영관이다. 이 밖에도 4DX(오감 체험 상영관)를 마흔한 지점, 스크린X(스크린을 3면으로 확장한 상영관)를 서른일곱 지점, 4DX 스크린(4DX·스크린X를 엮은 상영관)를 여덟 지점에서 운용한다.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 수원, 은평 등 열두 지점에서 수퍼플렉스를 운영한다. 일반 상영관보다 세 배가량 큰 스크린에 3D 입체 음향을 가미한 상영관이다. 네 지점에 수퍼S(LED 스크린 상영관), 아홉 지점에 수퍼 4D(오감 체험 상영관), 수원에 컬러리움(세계 최대 크기 LED 스크린 상영관)도 마련했다.
메가박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돌비의 최신 스크린·음향·좌석 기술을 집약한 돌비 시네마를 코엑스, 수원AK플라자, 남양주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 등 여섯 지점에 조성했다. 돌비의 3D 사운드 시스템과 마이어 스피커를 갖춘 MX도 아홉 지점에 배치했다.
특수관의 비중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허민회 CGV 대표이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3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관객의 영화 선택 기준이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만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CGV는 최근 죽전점을 리뉴얼하고 모든 상영관이 특수관으로 구성된 신세계경기점을 선보였다. 차별화된 경험의 수요가 더 늘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출 신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지난해 특수상영 전체 매출은 1264억 원. 전년보다 271.2% 늘었다. 관람객 수도 약 865만 명으로, 252.2% 증가했다. 높아진 관심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확인된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5% 안팎이었으나 지난해 10.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위험 부담이 커서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높은 시설 투자 비용이 요구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이맥스의 경우 주중 1만9000원, 주말 2만 원이다.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는 이보다 2000원씩 더 비싸기도 하다. 관람객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조금 더 비용을 내더라도 최상의 관람 환경을 누리겠다는 소비 심리가 강해지는 추세다. 최상급 카메라로 촬영되거나 특수효과 분량이 많은 블록버스터의 경우 개봉 전 매진 사례가 속출하기도 한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대표적 예다. CGV 측은 "개봉 뒤 1주일 동안 좌석 판매율이 일반관은 26%, 아이맥스는 52%였다"며 "특히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는 84%를 기록했고, 개봉 첫 주말인 지난달 18~20일에 전 세계 아이맥스 매출 1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특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인기는 시들해진다. 예컨대 4DX관의 모션체어(움직이는 의자)는 푹신하지 않다. 등받이가 수직에 가깝고 뒤로 젖혀지지도 않아 일반영화를 관람하기에 불편하다. 좌석도 네 개가 연결돼 있어 한 관람객이 움직이면 나머지 세 관람객이 영향을 받는다.
멀티플렉스는 최소 73일 동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한국영화를 상영한다. 스크린쿼터제 때문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영화상영관의 경영자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간 상영 일수의 5분의 1 이상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스크린쿼터제는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현 스크린쿼터제가 시행된 2006년과 현재 영화관의 환경부터 판이하다. 17년 전 전국 영화관은 321곳(스크린 1880개)에 불과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특수관 투자에 관람객의 만족도와 영화관의 미래가 걸린 만큼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연성 있는 운용으로 수익을 올려야 또 다른 기술·시설 투자도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반 상영관의 환경 개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멀티플렉스 3사는 2015년부터 램프 영사기를 레이저 영사기로 교체하고 있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구매한 약 200대를 포함해 약 300대를 운영 중"이라며 "연내 쉰 대를 추가해 전체 스크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0%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수정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연내 서른 대를 추가로 교체한다"며 "좌석 수를 줄여 편의를 높인 월드타워 수퍼플렉스처럼 기존 특수관에도 리뉴얼을 단행해 프리미엄 관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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