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쓰레기?”…이재명에 따지러 간 태영호, 3분만에 ‘퇴장’

최은희 2023. 9. 7. 14: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北쓰레기” 막말 들은 태영호, 단식장 찾아 항의
태영호, 농성장서 쫓겨나자 인근서 항의 성명 낭독
“등 떠밀려 나오더라도 계속 찾아올 것”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단식 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의원들의 요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태 의원은 전날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등 비난을 들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막말 의원의 출당 조치를 촉구했다.

태 의원은 7일 오전 11시30분쯤 이 대표가 단식농성 중인 국회 본관 앞 천막을 찾았다. 자신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원색적 언사를 쏟아낸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한 취지다. 

앞서 태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전날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태 의원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친북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행사 참석에 대해 “윤 의원 본인이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을 다시 북한 지역으로 보내려고 한 반인권 유린 행위자로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역시 공산당원답다”,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북한에서 못된 것만 배웠다”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날선 공방도 벌어졌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이 “쓰레기”라고 말하자 태 의원은 “쓰레기? 야 박영순 너 말 똑바로 해”라고 맞받아쳤다. 태 의원이 민주당 의원석을 향해 손가락질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어디서 손가락질이냐”고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국회 앞 천막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을 만나고 있다. 태 의원은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태 의원이 이날 단식 현장 앞에 나타나자 현장에 있던 김원이·조정식 등 민주당 의원들은 저지에 나섰다. 김원이 의원이 “쇼하지 말고 얼른 가라”며 태 의원을 끌어내리려고 하자 태 의원은 “손대지 말라”고 대꾸했다. 취재진까지 몰리며 순식간에 농성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천막 안에서 지켜보던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며 태 의원을 잠시 들였다. 이 대표와 마주앉은 태 의원은 ‘북한에서 온 쓰레기’ 발언 등을 문제삼았다. 그는 “아니 제가 웬만하면 넘어가겠는데, ‘빨갱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공산당 부역자’, 이런 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자에게 할 말이냐”며 항의했다. 

이어 “저에게 몇 분 동안 북한에서 온 쓰레기라고 외친 박영순 의원은 가만두면 안 된다. 당에서 출당시키고 그리고 국회의원직 책임지고 박탈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은 “여기서 얘기할 게 아니잖나”라며 박광온 원내대표를 찾아가라고 소리쳤다. 

태 의원의 이 대표와 만남은 천막 안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약 3분만에 중단됐다. 주변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태 의원을 향해 “꺼져라”, “빨갱이” 등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태 의원이 말하는 동안, 쫓겨나가는 상황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천막에서 쫓겨난 태 의원은 그 자리에서 준비해온 항의서를 읽었다. 태 의원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저는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저를 향해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공산당 부역자'라고 막말 인신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박영순 의원은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분 동안 저를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라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저에게 한 욕설을 그대로 했다. 죽기를 각오하고 대한민국에 자유를 찾아온 저를 쓰레기라고 한 박 의원은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팽개쳤다”라며 “민주당은 박영순을 당에서 출당시키고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당직자들 요구로 나오고 있다. 태 의원은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태 의원은 성명을 읽은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것도 유튜버가 아니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런 말이 다수당 의원들 속에서 집단적으로 몰려나오는 지금 이 정치 현실이 정말 참담하다”라며 “이러한 철지난 색깔론, 원색적 발언, 빨갱이론을 빨리 대한민국에서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속 찾아오겠다. 오늘 같이 등 떠밀려 나가더라도 또 찾아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국민의힘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폭력적이고 저급한 행태를 지속하는 한 당명에서 ‘더불어’와 ‘민주’가 지워질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장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의 폭력적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라며 “핏대를 세워가며 겁박하는 모습이 덩치만 믿고 건들대는 폭력배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의 폭정을 두둔하며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막는 것이 공산 전체주의에 대한 맹종이라는 태 의원의 주장이 무엇이 잘못됐나”라며 “북한 독재를 피해서 자유대한민국으로 귀순한 태 의원을 향해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은 ‘더불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듭 “생각이나 인식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하는 상대를 ‘쓰레기’로 몰아세우는 것 또한 민주적 행태와는 거리가 멀다”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이와 같은 저급한 행태를 지속하는 한 당명에서 ‘더불어’와 ‘민주’가 지워질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