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한다" 말에 아킬레스건 끊었다…공포의 보이스피싱 조직
보이스피싱 조직원 김모(29)씨는 지난 6월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지인의 검거 소식을 듣자, 자신도 붙잡힐 것 같다는 두려움에 빠졌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중국인 A씨(38)에게 조직을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 등은 “보내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김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같은 중국인 동료 2명과 함께 중국 청도에 위치한 사무실에 김씨를 수일 동안 감금한 채 폭행했다. 둔기를 사용해 김씨의 다리를 찍어 내렸고, 김씨는 오른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조직 내에서 ‘이렇게까지 다칠지 몰랐다’는 우려 섞인 분위기가 형성된 탓에, 김씨는 목발 하나를 짚고 치료를 위해 간신히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지난 4월부터 해당 조직의 범죄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해 한국에 머물던 조직원 3명을 지난달 초부터 검거했다. 수술 이후 회복을 위해 한국에 머물던 김씨가 첫번째 검거자였다. 김씨의 검거 소식을 듣고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이도 있었다. 수사에 비협조적었던 김씨는 구속 이후 “보이스피싱을 그만두려다 심하게 폭행을 당했다. 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는 취지로 토로했고, 중국 청도에 위치한 A씨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사무실 위치를 실토했다. 경찰은 중국 공안과 국제공조했고, 보이스피싱 조직원 13명을 지난달 24일 중국 현지에서 일망타진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대장 고석길)은 A씨를 비롯해 중국인 3명과 한국인 13명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16명을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피해자 68명에게 총 27억여원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에서 검거된 13명(한국인 10명, 중국인 3명)에 대해선 송환 절차를 논의 중이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12월 한국인 13명과 중국인 2명을 고용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총책 A씨 밑으로 검찰을 사칭하는 상담원 13명과 이들을 관리하는 팀장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돼 돈을 입금해야 한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조직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도운 1, 2차 수금책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송환 절차에 힘쓰고 있으며, 송환 이후 범죄수익금 환수에 나설 계획이다”며 “A씨 등 중국인 3명에 대해선 특수폭행 혐의 등도 적용할지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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