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천 후손의 일갈 "국방부, 반국가세력될 작정인가"

박소희 2023. 9. 7. 11: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이회영.

서울특별시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나란히 모인 다섯 명의 독립운동 영웅이 육사의 흉상 철거 계획에 따라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와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대한고려인협회는 이날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위한 한민족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도 발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사 흉상 철거 백지화 대상 독립운동가 관련 단체들, 서명운동 돌입... "이렇게 모독하나"

[박소희, 남소연 기자]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지청천 장군 외손자인 이준식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이회영. 서울특별시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나란히 모인 다섯 명의 독립운동 영웅이 육사의 흉상 철거 계획에 따라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야권과 시민사회계의 반발에도 정부는 꿈쩍 않는 모습이다. 5~6일 이뤄진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흉상 철거를 합리화하는 데에 급급했다.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장(전 독립기념관장)은 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서서 이 상황을 개탄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하고'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구절이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일찍이 결정한 바 있다.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사람은 헌법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즐겨 쓰는 말에 따르면. 그런데 국방부와 육사가 과감하게 반국가세력의 일원이 되겠다고 작정한 모양이다."

이 회장은 "어떻게 이렇게 독립운동가를 모독하는가"라며 "독립운동가는 예우의 대상이지 모독의 대상이 아니다. 더 이상 모독하는 일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안 그러면 정말 반헌법세력, 반국가세력이란 낙인이 찍히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와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대한고려인협회는 이날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위한 한민족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도 발표했다. 서명운동은 10월 6일까지다.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이기도 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때가 국정감사 들어가기 전"이라며 "저희는 서명을 토대로 국감을 진행하고, 국회에서 (독립군·광복군의 정통성 문제를) 제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독립군·광복군도 부정... 육사 뿌리 만주군관학교로 두나"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우 의원은 홍범도 장군 흉상만 독립기념관으로 보낸다는 육사의 결정 역시 비판했다. 그는 "다섯 분은 함께 활동했다. 한 덩어리"라며 "그분들을 이산가족시키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홍범도 장군에게 이념의 굴레를 씌워서 내쫓겠다는 것, 생전에 강제이주 당한 분을, 사후 78년 만에 돌아온 분을 강제이주시키겠다는 것이 조국이 정말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전날 이종섭 장관이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답변한 것도 강하게 성토했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이회영 선생 등이 사재를 털어 중국 만주에 세운 곳으로 1920년 일제 탄압으로 인해 문을 닫을 때까지 3000명 이상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하지만 국방경비사관학교는 1946년 5월 창설된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뜻한다. 

"신흥무관학교, 독립군,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윤석열 정권의 역사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에게는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은 눈엣가시였던 것이다. 홍범도 장군을 공산당이라며 내쫓고, 나머지 네 분도 박물관에 넣어버리려는 이유가 육사의 뿌리를 다시 만주군관학교로 두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들은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또 "홍 장군을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묘역을 보살펴 온 고려인을 포함한 전세계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한민족 동포들의 서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