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故정주영 얼굴상 포기한 울산, '세계 최대 성경책' 만든다
고(故)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얼굴상 등 250억원짜리 울산판 '큰바위 얼굴' 을 만들려다 포기한 울산시가 이번엔 세계에서 가장 큰 성경책 제작을 추진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고, 기네스북 등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세금 낭비 논란으로 큰바위 얼굴 건립안을 철회한 지 3개월 만에 또 거대 조형물 만들기에 나선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는 7일 성경책 제작 등 지역 랜드마크 사업 추진과 관련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 5억원을 편성,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용역 추진안에는 3가지 랜드마크 사업이 담겼다.
살티공소에 성경책 제작·전시 구상
먼저 세계 최대 규모 성경책 제작·전시다. 시는 울주군 언양읍 살티공소에 전시관을 건립, 성경 전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예비후보였던 김두겸 현 시장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살티공소는 1800년대 천주교 박해 시기 순교한 베드로 김영제(1827~1876) 묘와 공소(작은 천주교회)가 있는 천주교 대표적인 성지(聖地)다.
현재 세계 최대 크기 성경책은 따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경책은 지난 5월 소더비 경매에 나와 주목받았다. 9세기 후반에서 1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코덱스 사순이다. 정확한 크기는 수치화되지 않았지만, 두께 13㎝, 무게 12㎏에 달한다. 울산시가 제작을 검토중인 성격책의 크기나 제작 시기 등은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코덱스 사순은 ‘알레포 코덱스’와 함께 책 형태를 갖춘 가장 오래된 성경으로 꼽힌다. 코덱스 사순이라는 명칭은 1929년 350파운드에 이 책을 구입해 50년 가까이 소장한 유대계 재벌 데이비드 솔로몬 사순에서 유래했다.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에서 가장 큰 책은 가로·세로 5m·8m, 무게 1500㎏인 이슬람 관련 서적이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두 번째 랜드마크 사업은 신라시대 사찰 태화사 복원이다. 태화사는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절이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시는 전문가 고증을 거쳐 태화사를 지역 관광명소로 복원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공중정원 만들기 사업도 기본계획 용역 대상에 넣었다. 울산 도심인 남구 번영사거리 교통섬 일원에 높이 5m 정도의 기둥을 설치, 커다란 원형 공중정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조형물 실패사례가 수두룩하다. 작은 지자체에서나 반짝 특수 누리기 위해 추진할 사업으로 보이고 사업 효과도 미미할 것 같다"고 했다.
"주민 여론조사까지 용역에 포함"
울산 남구 직장인 이진형(35)씨는 "전국에 울산을 알릴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것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보여주기식 조형물이 아니라 전문가 의견을 거쳐 진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세금 낭비 지적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앞선 사례(큰바위 얼굴 건립)처럼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주민 여론조사까지 용역에 포함한 상태"라면서 "용역은 6개월 정도 진행될 것 같은데, 여론에 따라 랜드마크 사업 방향은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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