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상필벌’ 흔들린 檢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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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메시지다.
어떤 조직이든 인사를 통해 구성원에게 최고 책임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검찰 구성원들도 이 메시지에 따라 반응하는데, 인사 발표 이후 사표를 내는 간부들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메시지의 의미를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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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메시지다. 어떤 조직이든 인사를 통해 구성원에게 최고 책임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검찰 고위직 인사는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수사 성과나 업무 능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검찰을 이렇게 이끌겠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된다. 검찰 구성원들도 이 메시지에 따라 반응하는데, 인사 발표 이후 사표를 내는 간부들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메시지의 의미를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일 자로 단행된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수원지검장의 고검장 영전을 접한 검찰 구성원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법조계에서는 수원지검에서 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 두 건 모두가 지지부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수사 책임자인 지검장이 영전하면서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최종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지향하는 검찰 관점에서 현재까지의 수사가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2년 넘게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고, 이 과정에서 확인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진술을 바꾸고 나서야 이 대표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던 차장검사가 수사 부진으로 지난해 9월 좌천성 인사를 당하는 이례적인 문책 상황까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지검장이 이번 인사에서 영전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직 인사는 수사 성과와 능력, 구성원들의 평가 등을 종합해 단행된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어, 인사를 평가할 때 다른 요소보다는 수사의 성과가 최우선 반영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신상필벌의 원칙과 이 정부 인사 기조인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고, 인사 결정 과정이 어찌 됐건 이 인사는 업무 성과와 인사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을 검찰 구성원에게 심어주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 정부에서 일부 함량 미달 검사들이 정치적 이유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이들이 검찰을 떠나는 상황을 겪으면서 업무 체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모든 수사가 처음 기대했던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결과에 상응하는 인사로 검찰 조직의 기강을 유지해야 한다. 무너졌던 검찰 조직을 정상화하려면 공정과 상식에 바탕하고 신상필벌이 확실한 인사 원칙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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