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위축에 성장 꺾인 CDMO, 삼성바이오로직스 '홀로 성장'
론자·우시·캐털런트 등 주요 CDMO
올해 성장세 약화 우려 커져
리스크 없는 삼바, 최대 20% 성장 기대
지속적 생산력 확장에 신기술 포폴 확대까지
글로벌 경기 위축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료가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방 산업인 바이오벤처들의 연구·개발(R&D)이 위축되면서 초기 CDMO가 감소했고,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이 이뤄지며 백신 생산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론자·우시바이오로직스·캐털런트·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주요 CDMO 기업들은 최근 들어 잇달아 매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가이던스를 하향 제시하는가 하면 기업의 가이던스가 유지되더라도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2억7400만 스위스프랑(약 4조9000억원)의 매출로 글로벌 CDMO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스위스 론자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높은 한 자릿수대 성장(high single digit growth)'을 내걸었던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중간~높은 한 자릿수대(mid-to-high single) 성장'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앞서 7~9%로 예상했지만 올해 실적 예상 성장치를 4~9%로 내려 잡은 것이다. 영업이익 면에서도 올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을 30~31%에서 28~29%로 소폭 하향했다.
이 같은 매출 하향에 대해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올해는 지난해 성장세를 이끌었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대한 수요가 줄고, 세계적으로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줄었다"며 "초기 단계의 CDMO 수요 감소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론자의 경우 큰 매출 비중을 보였던 mRNA 매출이 크게 줄었고, 바이오기업 투자가 줄면서 초기 단계 서비스에 대한 성장세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부분에서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8%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초기 단계 바이오기업의 수요 감소와 일부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이 실패하며 예상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평가됐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론자 측에서도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바이오텍의 펀딩이 감소할 수 있으나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 중 상업화(commercial) 제품이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지난 3개월간 예상보다 더 가파른 수요 감소가 확인되면서 이 같은 언급이 7월에는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회사 측의 매출 가이던스는 전년 대비 30% 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의 컨센서스는 지속 하락세다. 매출은 지난 2월 37% 성장에서 5월 32%, 8월 30%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우시 역시 바이오텍 펀딩 부진 등으로 신규 프로젝트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털런트도 지난해 8월 51억달러(약 6조8187억원)로 전망했던 올해 매출 예상치가 지난 6월에는 42억7500만달러(약 5조7157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캐털런트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CGT를 점찍고 관련 투자를 이어왔지만 이후 환경 변화로 인해 실적 악화가 일어났고, 코로나19 관련 매출 부진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후지필름은 지난 5월 처음 제시한 CDMO 사업부 가이던스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전년 대비 1% 성장이라는 수치인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삼바, 유일하게 가이던스 지속 상향…4Q '분기 1조 매출' 기대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대형 CDMO 중 유일하게 가이던스를 지속해서 상향하는 추이다. 지난해 매출 3조13억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사상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 1월 올해 매출 가이던스로 10~15% 성장(3조3014억~3조4515억원)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4월에는 가이던스를 15~20%(3조4515억~3조6016억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매출을 3조534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특히 4분기 매출액은 1조568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연 매출 1조원만 넘어도 대형 기업으로 분류되는데 이를 1개 분기 안에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업계 최초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하고 연거푸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년 연 매출이 4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다. '연 매출 4조원, 연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꿈의 숫자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앞서 다른 CDMO들의 위협 요인으로 꼽혔던 부분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모더나의 mRNA 백신 완제의약품(DP) 생산과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mRNA 백신 후보물질 원료의약품(DS) 생산 정도 외에는 뚜렷한 백신 관련 수주가 없었다. 팬데믹 기간에는 리스크로 지적받았지만 오히려 엔데믹 전환 후에는 기저효과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셈이다. 바이오벤처의 투자 위축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수주가 바이오벤처의 초기 생산보다는 이미 상용화 단계의 항체의약품의 대량 생산인 만큼 이 역시 별다른 영향으로 작용하진 않았을 전망이다.
별다른 악재가 없는 가운데 오히려 꾸준한 생산역량 확충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에 나서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생산용량 25만6000ℓ의 4공장의 완전 가동을 시작하면서 60만4000ℓ의 세계 최대 생산용량을 확보한 상태다. 다음 달 발표되는 3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인 4공장 운영 효과가 나타나면서 실적 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다. 이에 더해 최근 착공한 18만ℓ 규모 5공장을 시작으로 제2바이오캠퍼스 내에 5~8공장을 완공하면 2032년까지 총 132만4000ℓ의 생산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신규 모달리티 확보도 지속한다. 다른 CDMO가 실적 악화를 겪은 요인이지만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한 만큼 ADC, CGT 등의 공정 개발·생산에 나서고 있다. ADC는 내년 중 별도 공장을 설립해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론자 등이 몇십년 전부터 해오면서 기술 격차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우리는 삼성"이라며 "우리가 생산할 수 있다면 단일 기지 내 생산이 가능해지는 만큼 고객사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미 상당한 가수요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함께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ADC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아라리스에 투자를 진행하는가 하면 국내 ADC 기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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