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화 내용 공개에 "가짜뉴스다" "레임덕이다"

임병도 2023. 9. 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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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 윤석열 녹취 공개 파장... 여야 반응 속 대통령실은 침묵

[임병도 기자]

 
 더탐사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국민의힘 입당 직전 당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
ⓒ 더탐사 유튜브 갈무리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그런 그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더 싫어한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021년 6월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제3지대 출마냐, 국민의힘 입당이냐가 초유의 관심이었다. 윤 후보는 한 달 뒤인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11월에 치러진 경선을 통해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지난 5일 2021년 국민의힘 입당 직전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관계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윤석열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더 싫어한다" 
 
국힘 싫어하는 거 제가 100배 알고 저는 선생님보다 국힘 더 싫어해요. 제가요,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해요. 왜냐? 민주당이 이렇게 내로남불로 해쳐 먹을 때 국힘 의원들이 싸웠습니까?

녹취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은 "민주당보다 국힘을 더 싫어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그 친구들이 뭐 했습니까? 저 혼자 싸울 때 이놈들(국민의힘)이 싸웠어요?"라며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싸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하려면) 국힘이 아무리 미워도 국힘을 갖다가 플랫폼으로 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털어놓는다. 

국민의힘을 향한 윤 대통령의 무시와 조롱은 녹취록 내내 이어진다. 
 
"그때 제가 들어갔으면 최재형이도 못 들어오고 국힘의 101명 중에 80명은 앞에다 줄을 세웠어."
"그러면 이준석이도 당선 안 시킬 수가 있고 말이죠."
"이놈의 당을 바꿔버렸어야 되는 건데"
"만약에 이놈 새끼들 가서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
"국힘에 지도부 다 소환해. 바꿔버려. 전부"
"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엎어 엎은 다음에 3개월 안에 쇼부 나요. 그래서 후보 되면 비대위원장이 돼갖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습니다, 솔직한 얘기가. 그러나 이거는 어쨌든 엎어줘야 되고...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어."

윤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면 이준석 대표의 당선도 막을 수 있었다면서 당을 "뽀개버리고" 지도부도 다 해임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다"고 한다. 

녹취 내용만 보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무능한 집단이자 자신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정당으로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신이 입당만 하면 국민의힘 의원 101명 중에 80명이 자신을 따를 것이라며 호언장담한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 공격하는 국민의힘 
 
 9월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무시하고 조롱한 녹취록이 공개됐지만 지도부의 반응은 너무 조용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용은 철저히 외면하고 오히려 <더탐사>를 가짜뉴스 공장이라며 공격하거나 '대선 공작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더탐사를) 언론사라 할 수 있겠나. 가짜뉴스 제조 공장 아닌가"라며 "아직도 폐쇄 안 되고 뭐 하고 있나. 빨리 폐쇄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 시기에 그런 보도를 했다는 자체가 김만배-신학림의 대선 공작을 물타기 하려고 하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그 사안은 저희 당에 입당하기 전에 사적인 발언에 가까운 이야기를 이렇게 보도하는 것이 극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레임덕의 시작? 침묵하는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이미 윤 대통령이 당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녹취록에서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라고 말했고,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같은 해 8월까지 주호영 비대위 체제로 지도부 교체까지 걸린 시간은 딱 3개월이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조작이면 더탐사는 문을 닫고 사실이면 그냥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윤핵관 성님들, 욕 안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윤핵관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모든 것을 주도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었다면 즉시 반박했겠지만 공식적인 논평이나 비공식적인 대변인의 언급조차 없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총체적 난국이다.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들이 자꾸 나오고 있다"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통화한 비밀스러운 대화가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힘이 빠지고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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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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