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한 달 빈곤 체험"…美부자 동네의 모욕적 이벤트
미국 시카고 교외도시 당국이 '빈곤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마련한 행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시카고 북부 교외도시 하이랜드파크는 오는 9일 관내 골프장 '하이랜드파크 컨트리클럽'에서 '빈곤 가상체험 이벤트'(Poverty Simulation Event)를 열 계획이다.
시 당국은 사회복지 비영리단체 등과 함께 이 행사를 준비했다며 "(하이랜드파크가 속한 광역자치구) 레이크 카운티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은 '빈곤 속 한 달 생활'에 대한 체험을 하게 된다"며 "자원이 결핍된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려운 선택을 해보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우리 주변인들에 대한 물적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고,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 참여는 무료지만,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
하이랜드파크 시가 지난 5일 이 행사를 공지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참 대단한 특권의식"이라며 "현재 경제 상황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을 안길 수 있는 이벤트"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골프장에서 빈곤 가상 체험을 하다니"라며 "이 행사는 부자들이 스스로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빈곤에 낙인을 찍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빈곤층과 빈곤 문제에 관해 관심 있는 척만 할 것이 아니라 모금 운동이든 음식 기부든 그들을 위해 실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미시간호변의 하이랜드파크는 유대계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부촌이다.
시카고 NBC방송은 금융전문매체 '24/7 월스트리트'의 2021년 보고서를 인용해 "하이랜드파크는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 중 한 곳이며 중위소득이 전국 평균치의 2배 이상"이라고 전했다.
반발 여론이 일자 하이랜드파크 시 당국은 "빈곤 가상 체험 프로그램은 사회복지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시행되고 있다"면서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골프장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데 대해서는 "시가 소유한 시설이며, 해당 행사를 열기에 가장 적합한 규모의 건물"이라고 부연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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