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오히려 늘리는 日…"고정금리 1.65%에 18억까지 대출"

전진영 2023. 9. 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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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역은행들, 50년 주담대 잇따라 출시
美 국채 수익률 악화와 日 부동산붐이 겹쳐

일본 지방은행과 신용금고들이 잇따라 상환기간을 최장 50년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계부채를 늘릴 위험성이 크다며 50년 주담대 판매를 일제히 금지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일본 내 부동산붐이 함께 맞물리면서 일본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상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 기간을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는 내용의 히로시마은행 보도자료.(사진출처=히로시마은행)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따르면 히로시마 은행은 지난달부터 최장 40년으로 하던 주택담보대출 변제기간을 50년으로 늘렸다. 금리는 고정형의 경우 10년간 1.65%, 변동금리는 연 0.455%로 최대 2억엔(약 18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히로시마 은행 관계자는 "50년 주담대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나오고 있어 경쟁 전략상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니케이에 전했다.

실제로 히로시마 은행 이외에도 서일본 씨티은행, 관동지역 은행인 조요 은행, 후쿠이현 지방은행인 후쿠이 은행 등은 이미 50년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니케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10여 개 지역 금융기관이 50년 주담대 도입과 확충에 나섰다. 심지어 스미신SBI넷은행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보증회사와 업무 제휴를 통해 상품을 늘리는 곳도 생겼다. 후쿠오카 히비키 신용금고나 홋카이도 구시로 신용조합은 도쿄와 히로시마에 거점을 둔 신용보증회사 MG보증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 은행들은 다른 보증사와 손잡고 이미 50년 대출 상품을 제공해왔는데, 추가로 새로운 보증사를 찾아 상품 수를 늘린 것이다. 보증사마다 보증 심사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한 곳에서 거절당해도 다른 상품에서 대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객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MG보증 관계자는 "전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업무 제휴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 은행들이 일제히 50년 주담대 상품에 뛰어든 이유는 일본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회복된데다, 저금리 기조를 일본은행(BOJ)이 그대로 가져가면서 침체했던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국토교통성은 올해 초 '2023년 1월 1일 기준 공시지가'를 발표했는데, 주택지와 상업지를 합친 전체 용지의 전체 평균 공시지가 상승률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0년 주택담보대출로 한 단계 높은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스미신SBI넷은행.(사진출처=스미신SBI넷은행 홈페이지)

조사에 따르면 분양 단독주택 구입 자금도 지난해 전국 평균 4214만엔(3억8000만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해 10% 증가했다. 이 중 자체 자금은 평균 1160만엔(1억488만원)이다. 나머지 3000만엔(2억7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는 뜻이다. 3000만엔을 대출해도 일본 은행의 1%대 금리를 적용하면 50년 동안 매월 6만4000엔(57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는 예금으로 모은 자금을 은행들이 유가증권으로 운용했지만, 금리 인상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면서 오히려 손해가 증가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외채 운용이 어려워지니 은행들은 대출 상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벌어들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내외 요건이 갖춰진 상황에서, 장기 주담대는 은행 입장에서 젊은 고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는 좋은 유인책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젊은층은 매월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50년 주담대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오키나와 은행은 "최근에는 30대 이하 고객의 장기 주담대 이용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니케이는 장기 대출 상품을 늘릴수록 금융기관은 여신관리에 대한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니케이는 "매달 상환이 빠듯한 사람도 있다"며 "대손이나 시장금리 움직임에 따른 금리 리스크로 은행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은행 심사와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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