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문제로 오인 쉬운 '고관절 질환', 감별 방법은…"

이금숙 기자 2023. 9. 7. 09: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의에게 묻다]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대퇴골)를 잇는 관절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체중을 가장 많이 받는 관절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연골 손상 같은 퇴행성 변화나 외상 위험이 있다. 문제는 고관절 질환을 허리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잘못된 치료를 받다가 병을 키울 수 있다.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은 “단순 통증 양상만 가지고 고관절 문제인지 허리 문제인지 의사도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고관절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신지호 기자
-고관절에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보통 환자는 엉치·사타구니·골반 주변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리를 따라 통증이 내려가는 양상이 나타난다. 양반다리를 할 때 특히 아프며 양 다리의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관절 질환은 특히 척추질환과 헷갈려 감별을 잘 해야 한다. 보통 움직일 때 더 아프면 고관절 문제, 특정 자세에서 더 아프면 척추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관절은 그 기능이 ‘움직임’이기 때문에, 첫발을 내딛는다든지 움직일 때 아프면 고관절 문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반면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은 특정 자세를 취했을 때 신경이 눌리면서 허리가 아프다든지 다리가 저린다든지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관절 질환은 근골격계질환 중에서 많은 빈도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이 척추 쪽 진료를 받다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척추질환인 줄 알고 치료했다가 안낫는다면 고관절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은? 
가장 흔한 것은 고관절 주변 점액낭염이다. 고관절을 싸고 있는 물주머니로 쿠션 역할을 하는 ‘점액낭’이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운동·외상으로 고관절을 싸고 있는 인대·힘줄·근육이 손상되고 석회가 쌓이면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석회성건염이 대표적이다.

좀더 심각한 질환으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있다. 고관절은 허벅지뼈 끝인 ‘대퇴골두’와 대퇴골두를 덮고 있는 ‘비구’로 구성돼 있다. 대퇴골두에 혈행이 약해지면서 혈관이 막혔을 때 괴사가 올 수 있다. 한 쪽 고관절에 괴사가 오면 반대쪽에도 괴사가 올 가능성이 50%로 높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잘 알려진 원인은 알코올, 스테로이드제 등이다. 알코올은 일주일에 소주를 7~14병씩 20년 정도로 많은 양을 장기간 마시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도 50%나 된다.

-고관절 질환은 어떻게 진단하나?
평소 환자가 불편해 하는 증상을 잘 듣는다. 그 다음 엑스레이 촬영을 먼저 해본다. 엑스레이로는 골 괴사나 연골이 많이 손상된 관절염은 진단이 되지만, 인대·힘줄·근육·연골 등은 잘 안보이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위해 MRI를 찍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경우 초기부터 뼈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MRI를 찍어야 진단이 된다.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허리에도 문제가 있다. 고관절 전문 의사와 척추 전문 의사와 영상검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진단과 치료를 하면 결과가 좋다. 고관절과 척추를 같이 진료하는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고관절 질환 전문 의사가 부족하다?
고관절 질환은 병의 빈도가 무릎·척추보다 낮기 때문에 대학병원 조차도 전문 의사가 없는 경우가 있다. 전문병원에서는 고관절 수술을 잘 안하려고 한다. 고관절이 인체 깊숙이 있고 큰 근육이 둘러싸고 있어 수술 때 출혈이 상대적으로 많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고관절 부위 자체가 공간이 작아 수술의 난도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환자 수도 많지 않다. 과거에는 선천적으로 비구가 대퇴골두를 충분히 못 덮는, 고관절의 구조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비구 이형성증’이란 질환이 많았다. 대퇴골두가 비구 사이로 덜 들어가게 되면 고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방치하면 향후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비구 이형성증은 출생률도 줄었고, 어릴 때 스크리닝을 해서 미리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많이 줄었다. 또 서양에 비해 고도비만 인구가 적어 고관절에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다.

고관절 엑스레이 사진/신지호 기자
-치료는 어떻게 하나?
비구 이형성증 같은 선천적인 고관절 구조 이상을 가진 경우는 비구가 대퇴골두를 가능한 많이 덮을 수 있도록 절골술(뼈에 금을 내서 회전 함)을 한다. 비구순 파열이 있다면 파열된 비구순을 꿰매고 튀어나온 뼈를 다듬는 등의 수술을 한다. 이런 수술은 관절경을 이용하는데, 관절경 수술은 상처를 세 군데만 내면 되기 때문에 피부를 절개해 직접 열고 하는 수술보다 수술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다. 고관절은 깊숙한 곳에 있어 수술을 하려면 근육을 많이 뚫고 들어가야 한다.

가장 흔한 점액낭염은 진통소염제 같은 약물을 먼저 쓴다.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됐다면 주사 치료를 한다. 스테로이드, 콜라겐, 프롤로 같은 주사 치료가 효과가 좋다. 석회성 건염에는 체외충격파가 도움이 된다. 다만 통증이 심한 석회성 건염은 관절내시경으로 인대에 쌓인 석회를 긁어내 증상을 완화한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대퇴골두에 작은 구멍을 내어 골두 내부 압력을 줄여준 뒤 다른 사람의 뼈를 차곡차곡 이식해서 치료한다. 동시에 혈액순환 약제를 써서 혈액이 다시 잘 통하게 한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 할 때는?
절골술, 관절경 수술 같은 수술을 하더라도, 연골이 모두 닳는 등 손상이 심하다면 최종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또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로 인해 뼈 변형이 심하면 뼈가 약해지고 뼈가 주저 앉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므로 이때는 인공관절 밖에 방법이 없다.

과거엔 인공 고관절 수명이 제한적이라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했지만, 최근 인공 고관절이 발전해서 수명이 30년 이상으로 늘어나 비교적 젊은 나이인 50대에서도 시도해볼만 하다. 고관절은 무릎 인공관절보다 수술 성공률이 높아 고관절 기능 개선과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무릎은 무릎 관절을 싸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고관절은 근육이 두껍고 인대가 강해서 수술 후 회복 정도가 무릎보다 낫다. 우리 병원에서는 인공 고관절 수술이 무수혈로 가능하다.

-고관절 수술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대퇴골두와 비구의 각도를 잘 맞춰서 수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골 위험이 있다. 고관절 주변 근육을 최대한 살리면서 수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시 골반 주위를 한 뼘 정도만 절개한다. 절개 부위가 작아서 출혈·통증이 적다. 우리 병원의 경우 고관절 수술 때 ‘직접전방접근법’을 적용하는데, 이로 인해 탈골 위험이 줄어들었다. 직접전방접근법은 환자가 바르게 누운 상태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옆으로 누워서 하는 ‘후방접근법’을 적용할 때보다 탈골 위험·출혈이 적다. 다만 고관절 앞쪽 근육 사이로 접근해야 해서 수술 난도가 높은 편이고, 고도비만의 경우 수술 도구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의료진의 수술 경험 등 실력이 중요하다.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신지호 기자
-고관절 건강을 위한 평소 생활습관은?
‘양반다리’라 불리는 좌식 문화는 고관절에 치명적이다. 다리를 꼬거나, 짝 다리를 짚거나, 고관절을 크게 움직이는 운동을 무리하게 하는 것도 고관절을 손상시킨다. 이런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골반이 틀어지면서 골반 주변의 근육·인대가 약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관리다. 적정한 체중으로 조절을 해서 고관절에 가해지는 체중 부담을 줄여야 하며, 실내자전거를 추천한다.

-고관절 환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은?
일상생활 중 사타구니나 골반 주변 또는 엉덩이 부분에 반복적인 불편감이 나타난다면 고관절 질환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고관절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믿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조기 진단과 치료해야 온전하게 고관절 유지할 수 있다.  꼭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고,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