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탁 좋아한다면 이곳도 추천합니다
[이현우 기자]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환경부가 2009년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했다. 9와 6은 서로 대칭적인 숫자인데 순환의 의미를 담아 이날이 자원순환의 날이 되었다고 한다.
국내 환경계에서 자원순환이 주요 의제가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폐기물 정책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에는 폐기물관리법을 제정하여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방점을 찍었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을 중시했고, 1992년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2018년이 되어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24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제정될 예정이다. 즉 폐기물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폐자원을 활용하여 경제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화해 온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자원순환의 날을 맞이하여 가볼 만한 공공건축물을 한 군데 소개하고, 업사이클 가치를 중심으로 현재 도시에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짚고자 한다.
업사이클이란 용어의 유래와 의미
먼저 업사이클이란 용어는 독일 디자이너 리너 필츠(Reiner Filz)가 1994년 'Salvonews' 인터뷰에서 처음 사용했다. 원어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을 결합한 용어다(국립국어원에서는 새활용으로 순화하여 사용하길 권장하지만 이 글에서는 센터의 이름을 고려하여 업사이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광의로 보자면 재활용의 일종이지만 기계적, 화학적 공정을 거쳐 다른 형태로 바꾸는 다운사이클(downcycle)과 대비되는 의미다.
업사이클은 폐자원을 재활용하여 가치를 향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사이클은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재활용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업사이클의 대표적인 사례는 가방 등을 만드는 '프라이탁'이다. 프라이탁은 폐방수천을 활용하여 가방이나 파우치 등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디자인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에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그럼에도 업사이클이란 용어가 널리 알려진 용어가 아니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업사이클센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 폐기물을 연상한다. 폐기물이 들어오는 시설로 오해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고 '님비시설'로 인식한다.
실제로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현재 국내에 설치된 업사이클센터는 폐기물을 수집하여 생산하는 역할을 직접적으로 수행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업사이클센터는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까?
옛 서울대 농생대 건물을 업사이클한 경기업사이클플라자
▲ 전국 업사이클센터 설치 현황(2023년 9월 기준) |
ⓒ 이현우 |
업사이클센터의 건립 취지에 맞게 공간을 업사이클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옛 서울농생대 상록회관을 리모델링하여 지어진 건물이다. 입구 한편에는 서울대 농생대 시절의 녹슨 상록회관 입간판이 지나온 시간을 말해준다.
▲ 경기업사이클플라자 전경 |
ⓒ 이현우 |
플라자의 공간은 홍보관, 소재전시실, 창작의광장, 카페, 입주 기업 오피스, 세미나실, 순환창작소 등으로 구성되었다.
▲ 경기업사이클플라자 창작의광장 |
ⓒ 이현우 |
내부 중앙에 있는 '창작의광장'은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업사이클링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싱 기계와 섬유 프린터가 구비되어 있다. 간단한 교육을 이수하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장비와 공간 구성은 메이커스페이스와 유사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 경기업사이클플라자 소재전시실 |
ⓒ 이현우 |
요약하면 플라자의 기능은 두 가지다. 첫째로 일반 시민에게 전시와 체험을 통해 업사이클 가치를 홍보하고, 폐기물 배출, 재활용 등과 관련한 환경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로 업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플라자가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옛 서울농생대 부지였던 만큼 조경이 잘 꾸며져 있다. 공간 설계가 화려하거나 특색 있다기보다, 학교 부지로 오랜 시간 사용되었던 시간이 만들어낸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활용했다.
시설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랐고, 건물이 여유 있게 들어서서 여백이 있는 하나의 큰 공원 같은 풍경이었다.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돗자리 펴고서 휴식을 취해도 좋을 만한 공간이다.
플라자에 가서 전시실을 둘러보고 체험활동도 해보면서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깨닫는 건 어떨까.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현장체험과 환경교육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장소다.
교육과 홍보뿐만 아니라 규제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편 플라자를 떠나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한 발 더 나가지 못하는 국내의 현실 때문이었다. 환경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업사이클센터를 건립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환경 문제를 시급하게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센터를 건립하여 시민들에게 환경 교육을 제공하고 자원순환의 가치를 알린다는 건 분명 바람직하고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과 지원에 그칠 일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폐기물의 양 자체가 줄어들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 르완다에서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유로 비닐 봉지 사용이 전면 금지되고 있다. |
ⓒ 이현우 |
인천시가 2025년 이후 서울과 경기도 내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싼값에 쓰레기를 수출(?)했던 서울과 경기 지역의 도시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폐기물을 처리할 소각장이나 매립지가 필요하며 마포구 상암동에 소각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이에 마포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교육과 홍보를 통한 개인의 노력으로만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까? 폐기물 배출 실태를 절실히 깨닫고 각성해야 한다. 더불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폐기물 배출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사용해서라도 물리적인 양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시와 마포구가 대립하는 사태는 어느 지역에서든 벌어질 것이다. 오늘 내가 버린 일회용품이 어딘가에서 소각되거나 어딘가에 묻혀 썩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해야만 한다.
* 경기업사이클플라자 주소: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99-12
* 홈페이지: https://www.ggupcycl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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