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창업시대]"시장 1평 핫바 장사…15년만에 이런 경험 처음"
카카오·MKYU·중기부 등과 손잡고
전통시장 살리는 '우리동네단골시장' 참여
편집자주 - 국내 소상공인 수는 720만명. 인구 10명 중 1명은 본인의 이름이나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한다. 작은 가게 주인들 대부분은 사는 게 고달프다. 작년 소상공인 10명 중 거의 4명(36.2%)이 적자를 냈다. 또 10명 중 6명(63%)은 빚이 늘었다(소상공인연합회 자료). 하지만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동네 정육점 주인, 전남 완도에서 키운 전복으로 한해 20억원어치를 파는 어민 등 믿기 힘든 성공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비대면·디지털 환경에 적응한 사람들이다.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창업 성공의 전제조건이 됐다. 이제 소상공인은 온라인 플랫폼과 적대적인 관계를 뛰어넘어 플랫폼의 자본력과 인지도,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고객과 만나는 '스마트 창업'을 해야 할 시기다. 스마트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비결을 현장에서 들어봤다.
올해 57살인 김선자씨는 인천에서 15년째 핫바 장사를 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만수시장에서 '서화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한 지 올해로 10년째, 그전에는 10㎞쯤 떨어져 있는 신포국제시장에서 핫바를 팔았다. 김씨는 기자에게 깻잎핫바를 건네며 "하루에 쓸 재료를 전날 공수해서 팔기 때문에 신선하고 쫄깃하다"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가 장사를 쉬는 날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한 달에 딱 하루다. 그날만 빼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장장 10시간을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서서 일하지만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루하루 즐겁게 장사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오프라인 대면 거래에만 의존해온 전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면 간식 소비부터 줄인다. 자연스레 서화상회의 매출도 꺾이고 말았다. 김씨는 "시장을 찾는 10~30대 젊은층들이 확 줄면서 '이대론 버틸 수 없겠다' 싶었다"며 "나이, 지역 상관없이 온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활용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와 카카오임팩트, 온라인 지식 교육 플랫폼 MKYU(대표 김미경)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함께 진행 중인 '우리동네 단골시장'이라는 프로젝트에 신청서를 넣었다.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 시장 손님들과 채널친구를 맺고 시장의 소식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톡채널을 통해 메뉴판, 영업시간, 할인 이벤트, 사장님과의 일대일 채팅까지 가능하다. 카카오 상생기금에서 점포당 30만원까지 메시지 전송 비용을 지원한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만수시장의 채널친구는 1000명을 돌파했고, 서화상회 채널친구도 60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채널친구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캐릭터가 그려진 장바구니와 부채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더니 하루 만에 경품이 동났다. 김씨는 "요즘 온라인 플랫폼의 경이로운 힘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비오는 날 톡채널로 '단 3일 동안 핫바 5+1 세일 행사를 합니다' 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비를 뚫고 손님들이 몰려와 그날 재료를 모두 소진했어요.” '비 오는 날은 장사 공 치는 날'이라는 15년 핫바 장사 인생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택배로 핫바를 보내달라는 주문 배송 물량도 생겼다. 현재까지 택배 배송 물량이 30건이 넘는다. 마찬가지로 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급하게 필요해진 아이스팩은 만수시장 내에서 정육점(육영정육백화점)을 운영하는 정승기씨가 내어줬다. 정육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정씨 역시 우리동네 전통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카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상품 사진부터 가격, 축산물 등급판정확인서, 맛있는 돼지고기 고르는 법 등 그동안 시장 손님들이 미리 알지 못했던 정보를 카톡으로 공개하고 있다. 시장 상인과 손님 간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정씨는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상급 품질의 상품을 제공해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을 앞두고 한우 선물세트도 카톡으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점포 앞에 QR코드로 간편하게 채널친구로 등록할 수 있는 카카오 명함도 비치해놨다.
만수시장에 디지털이라는 따뜻한 볕이 들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대면 거래에만 의존해온 시장 상인들이 카카오톡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안 다음 생긴 변화다. 디지털 지원 사업에 참여한 상인들은 라이언 캐릭터가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손님들을 맞는다. 김씨는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더 기쁜 건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씨는 "MKYU에서 파견된 디지털 튜터들이 점포마다 직접 찾아가 일대일 교육을 해준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은 대부분 고령층인데다 손님 맞기에도 바빠 한곳에 모여 집합 교육을 받긴 힘들다"고 했다. 올해는 20개 시장에 80여명의 디지털 튜터가 파견돼 6주 동안 시장 점포를 일일이 돌며 교육을 진행했다. 스마트폰 다루는 법부터 상품 사진 촬영, 톡채널 기능 사용법, 메시지 보내는 법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줬다고 한다. 총 900명의 상인이 혜택을 봤다. 카카오는 올해 말까지 총 100개 시장을 목표로 디지털 교육과 톡채널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함주호 만수시장 상인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고객과의 온라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전통시장도 더 이상 오프라인 방문 손님이 오기만을 우두커니 기다려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손님들이 온라인상에서도 우리 가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게 채널을 꾸준히 관리하고 단골을 늘려 간다면 전통시장에도 미래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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