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건 없는 무기한 단식, 국민 고통 함께하겠다"
[류승연, 남소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남소연 |
윤석열 정권을 향한 '심판론'은 키웠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쳐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31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 이야기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 대표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향한 '항쟁'의 의미로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의 단식 결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단식'이라는 두 글자를 읽었을 때 취재진들로 가득했던 현장이 순간 술렁였다(관련 기사: 이재명, 무기한 단식 돌입 "이게 나라인가" https://omn.kr/25fje).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 다양한 종류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부분은 그의 갑작스러운 단식 결정과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집중됐다. 먼저 이 대표는 "정치가 국민을 대리하는 것인데도 주권자인 국민들의 삶에 무감각하고 외면하고 또는 방치하고 심지어 악화시키는 일들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라며 "그 점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하며 그 고통과 아픔, 슬픔과 좌절에 함께하겠다는 뜻"이라고 단식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가 이른바 '목적성'을 잃은 게 단식의 계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태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권에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은 국가 권력을 통째로 갖고 있고 그 권력을 민생 개선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지금 정부는 국가 권력을 오롯이 권력의 보위,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과 파괴 그리고 자기 정치와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이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자신에게 제기된 다양한 혐의 사건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검찰이 스토킹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한편 승소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윤석열 정권 들어 2년 가까이 4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그야말로 먼지 털듯 털고 있다"면서도 "단 하나의 부정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단식한다고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취재진과 나눈 질의응답 가운데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남소연 |
- 무기한 단식을 그만두는 조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정부가 어떤 조건을 수용하면 단식을 그만둘 수 있는지와 같은 '출구 전략'이 있을까.
"단식하는 데 조건을 붙이는 게 아니라 최근에 국민들이 겪는 절망감이나 현실적 어려움들에 공감하고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정치라고 하는 게 국민들이 아파할 때 병원에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함께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슬픔을 겪을 때 슬픔은 어쩔 수 없으니 견뎌내라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슬퍼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민생이 너무 어렵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뒷골목에서 빚에 쪼들리고 생계가 어렵고 미래가 암울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심지어 실행하는 일조차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정치가 국민을 대리하는 것임에도 주권자인 국민들의 삶에 무감각하고 외면하고 또는 방치하고 심지어 악화시키는 일들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그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하면서 그 고통과 아픔, 슬픔과 좌절에 함께 하겠다는 뜻이다."
- 모두발언에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최근 검찰 조사 관련 출석을 조율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단식 기간에도 검찰 출석에 응할 생각인가?
"단식한다고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다."
- 요새 당내 의원들이 (앞으로의 총선에서) '이재명 있어도 안 되지만 없어도 안 된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이 표현에 동의하는지, 왜 이 같은 분석이 나온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총선 전략도 전술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국 얼마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 폭력, 억압, 퇴행을 저지하느냐 심화시키느냐가 결정되는 분수령 같은 선거다. 지금은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막고 있어 제도나 시스템 개편을 통해서는 퇴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내년 선거에서 법과 시스템을 바꿀 권력까지 (윤석열 정권이) 갖게 될 경우 대한민국 정치가 얼마나 후퇴하고 이 나라 민주주의가 망가질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이 퇴행을 막고 대한민국의 전진을 담보하고 국민 삶을 지키기 위해 단 한 석이라도 더 이겨야 한다. 그 기대에 모든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분담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누가 있으면 되고, 누가 없으면 안 되고'라는 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백지장을 맞드는 심정,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는 심정으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남소연 |
- 오늘 모두발언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기존 기자간담회에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사법 리스크 관련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당원이 200만 명이 넘고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자리마다 사법 리스크를 주요 이슈로 다룬 데 대해 '사당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어제 민주당 한 의원이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미래도, 유능함도, 혁신도, 통합도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견제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면모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정부·여당이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제안하고 그에 대해 비판하거나 협력하는 게 야당의 역할인데, 지금은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 야당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여당이 발목잡기 하는 해괴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언론인들께서도, 국민께서도 보시는 것처럼 정부·여당은 국가권력을 통째로 가지고 있고 그 권력을 민생 개선이나 국가 미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근데 지금 정부는 국가권력을 오롯이 권력의 보위,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과 파괴 그리고 자기 정치와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야당이 끊임없이 법안을 내고 민생 추경을 제안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이용해 또는 대통령 거부권을 활용해 강력하게 이를 저지하고 있는 여야가 뒤바뀐 모습을 여러분들이 보고 계실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민주당은 민생 중심, 국민 중심으로 끊임없이 대안을 내고 정부의 폭력적인 지배 행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또 사법 리스크를 이야기하는데 검찰의 스토킹이다. 지금까지 정권 들어서 2년 가까이 4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 그야말로 먼지 털듯 털고 있지만 단 하나의 부정 증거도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특수부 검사들이 올인해서 하나의 지방검찰청 규모로 장기간 수사를 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경기도청에는 일회성 압수수색이 아니라 23일간 출장소를 차려놓고 전 공무원을 뒤져 무려 6만 7000권의 문서를 압수해 갔다. 그리고 전화 조사와 소환 조사를 포함해 듣기로는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없다. 상대가 부당하게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을 '너 왜 공격당하느냐'고 하면 야당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누군가를 목표로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 가지고 '왜 당하느냐'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검찰이 예정대로 기소하게 되면 재판에서 승소할 자신이 있나?
"만약 정말 범죄를 저지르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았겠나?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기소 당하면 무죄가 나더라도 몇 년 동안 싸우느라 인생이 다 망한다고 이야기한 듯하다. 제가 기소 당한 게 크게 세 가지다. 개별적으로 나눠보면 10건쯤 된다. (검찰이 나를) '일을 못 하게 하자, 괴롭히자, 고통을 주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경쟁인데 상대가 원하는 바대로 행동하는 건 결국 지는 것이다. 상대가 우리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국가 권력을 악용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하고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건 폭력이다. 국가 폭력. 그러나 국가 폭력조차도 우리가 견뎌내야 할 과제다. 공격한다고 고통을 가한다고 고통스러워하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 의지를 굳건히 하고 반드시 싸워서 이긴다는 투지로 싸워 이길 것이다."
- 정기국회가 시작된 후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쳐질 수밖에 없다. 실제 영장이 청구되면 각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고 알고 있다.
"체포동의안에 대해 자꾸 말씀을 하신다. 여러분은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나.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구속하려는 데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냐.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이재명이 하는 일에 대해서만 검찰은 공산주의자가 되고 있다. 이재명만 예외다.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공흥지구는 (양평군이) 허가해주고 단 한 푼도 환수하지 않았다. 배임인가? (특혜 분양 의혹에 휩싸인) 부산 엘시티도 단 한 푼도 회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1000억 원을 들여 진입도로까지 내줬다. 그것도 배임인가? 언론인 여러분께서 국민 여러분께서 상식을 갖고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또 스마트팜(스마트농장) 사업비 500만 불, 방북 비용 300만 불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데 그럼 쌍방울은 돈 한 푼도 안 내고 북한과 대북사업 합의서를 써 국가를 부양하고 이익을 얻었나? 그리고 도지사가 무엇이 아쉬워 방북해 사진 한번 찍겠다고 조직폭력배 출신의 믿을 수 없는 사업가에게, 생면부지인데도 수십억 원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믿고 수십, 수백억 원을 대신 낸다는 것인가? 이런 걸로 영장청구를 한다고? 그런 과정 자체에 대해 여러분이 의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판단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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