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기피해는 똑같다? 원희룡, 우릴 두번 죽였다"
[박소희 기자]
▲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지만 보증금 한도 등 기준 미달로 구제받지 못하고 있는 오지현씨는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입법을 위한 피해조사 등을 촉구하며 6일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 박소희 |
하지만 6일 국회 정문 앞에는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 오지현씨가 '법안 내용이 미흡하다'며 팻말을 들고 섰다. 그는 서울시 양천구의 한 빌라를 신혼집으로 얻었다가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보증금 한도, 소득 기준 등에 걸려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함께 1인 시위에 나선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장은 "법안이 통과될 때 피해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급하게 진행됐다"며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다음에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에 안맞는 구제 기준... "저도 피해자다"
- 어떤 일로 1인 시위에 나섰는가.
"서울시 양천구의 한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사실상 길만 건너면 (전세사기 피해가 많았던) 강서구다. 그런데 전세금이 5억 원 이상이고, 부부합산 소득(세금 포함)도 7000만 원 이상이어서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인데도 피해자인 걸 인정받지 못하니까 아무 도움도 못 받고 있다."
- 현재 보증금 한도나 소득 기준으로는 '서울 사는 맞벌이 부부'는 법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참 집값이 오를 때 신혼집을 구해서 '요즘은 다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들어갔다.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값이 떨어지면서 저희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물론 일반 세입자들도 역전세 등 피해를 받고 있다. 수도권은 기준을 완화해줘야 하지 않겠나."
- 또 다른 어려움은 없는가.
"나라에서 이런 일에 대비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라고 권고해서 가입했는데, 임대인 기준과 임차인 기준이 다르더라. 집주인이 임대사업자여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주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불안하니까 임차인 기준으로라도 가입하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임대인 기준으로는 지급대상 범위가 넓고 임차인 기준으로는 더 좁더라. 집주인이 잘못했음에도 오히려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저희도 '지급 불가'가 떨어져서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 집주인도 '빌라왕' 같은 사람이었나.
"전형적인 '바지사장'이었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집에도 관심 없고, 저희가 수리 얘기해도 '알아서 쓰다 나가세요'라고 했다. 명의를 빌려주고 몇 천만 원 받고 빠지는 경우 같더라. 지난 4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는데 아직 정확한 답을 못 받았다."
- 5월 법 통과 후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답답하다. 사실 전세피해센터도 찾아갔는데, 그게 HUG 업무 아닌가. 그러다보니 저희처럼 HUG랑 소송 중인 사람들도 거기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된다. 그래도 시행되자마자 찾아갔는데, 우리도 보증금 한도 때문에 피해자 여부가 헷갈렸지만 HUG에서 '피해자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전화가 와서 '보증금 기준이 안 맞으니까 완화되면 주겠다'고 번복하더라. HUG는 항상 이래서 신뢰가 없다.
법안 자체도 정말 피해자들 사례를 보고 만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어수선했고, 당장 (피해자들) 입막기용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어차피 (법 시행 후) 6개월 내에 개정하기로 했으니까 이번에는 정확히 파악해서 피해자들이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지금이야 실수라고 생각하는데, 다음번에도 별반 다를 바 없게 되면 이건 실수가 아니라 이번 정부 잘못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모든 사기 피해는 똑같다(4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고 했지만, 전세사기 피해는 다른 문제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말이다. 마치 '너네가 똑바로 알아보고 들어갔어야지'라는 느낌이라 배신감이 더 들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개정해줬으면 좋겠다."
▲ 4월 18일 오후 인천 주암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전국대책위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제가 열렸다. |
ⓒ 권우성 |
- 제대로 법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피해조사가 시급하다고 보는 것인가.
권지웅 센터장 : "법안이 통과될 때도 사실 피해현황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급하게 진행됐다. 정부안 발표 29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으니까 충분한 숙의도 못했고. 여야 공히 법이 부족하다고 인정하고 있어서 법 시행 후 6개월 후에 보완입법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러면 피해조사부터 해야 이 법에 포괄되는 사람, 아닌 사람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개정 이유가 있는 확인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객관적인 조치 없이 법안심의를 한다면 정치적 공방에 지나지 않게 된다.
지금 정부는 피해자분들이 피해자 결정 신청할 때 낸 서류를 종합해서 피해조사를 대체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일단 현재 법이 규정하는 피해자 범위에 한계가 있어서 (일부 피해자만) 신청하는 것 아닌가. 또 그걸로는 신용이나 건강상태 등도 전혀 파악 안 되는데 그런 것도 객관적 수치로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하겠다고 한 심리지원도 부족한지 아닌지, 추가 공급하기로 한 임대주택은 부족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 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에도 계속 피해자들이 찾아오는가.
"4월 개소 후 980건 정도 고충이 들어왔고 오늘도 연락이 왔다. 부산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것 같다고. 어제는 전북 완주에서 연락이 왔다. (전세사기 피해는 현재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별법이 없을 때보다 분명 진정된 건 맞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서 행정부가 겪어야 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다. 그래서 피해 정도를 파악한 다음에 법 개정을 논의하자고 누차 얘기하는 거다. 현행 법에는 사각지대가 있어서 억울한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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