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지프, 할인 대신 정가 인하…기존 차주 "고점 물렸다" 부글

안민구 2023. 9.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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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모델 가격 내린 르노·지프
할인 아닌 정가 인하 왜?
혜택 못 받은 기존 차주 불만 커져
업계 "가격 신뢰 무너져 결국 화살로 돌아올 것"
이달 최대 195만원 가격이 인하된 르노코리아 QM6. 르노코리아 제공
르노코리아와 지프의 가격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차량 판매가 부진하자, 기존 할인 방식이 아닌 아예 가격표를 바꿔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차량의 기존 차주들 사이에서는 차량 가격을 주식에 빚대 '고점에 물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 다른 기존 고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자동차 잔존가치를 손해 볼 처지에 놓였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이달부터 QM6 LPG 모델 LE 트림과 RE 트림 판매 가격을 2840만원, 3170만원으로 정하기로 했다. 각각 91만원, 195만원 내린 가격이다. 판매 가격을 2495만원까지 낮춘 QM6 퀘스트 밴 트림도 내놓기로 했다. 185만원 인하된 가격이다.

앞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주요 차종의 가격을 평균 8.6%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랭글러 루비콘 2도어 모델은 기존 7710만원에서 6990만원으로 9.3% 내린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의 경우 오버랜드 트림은 9350만원에서 8470만원으로 9.4% 낮아졌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또 그랜드 체로키 L 오버랜드 트림은 9820만원에서 9.3% 인하된 8910만원이다. 써밋 리저브 트림은 1억820만원에서 9880만원으로 8.7% 하향 조정했다. 글래디에이터 모델은 8510만원에서 7990만원으로 6% 이상 인하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 업체가 차량 가격 할인이 아닌 정가 인하 정책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통상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재고가 쌓였을 경우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직접 차량의 가격표를 바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격 인하 요인도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 두 업체가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판매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기존 할인 카드가 통하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가격 인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역대 수출액 최고 기록을 쓰고 있지만 르노코리아의 1∼8월 수출은 6만2619대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6%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8월까지 1만5477대로 전년 대비 55.1% 줄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스텔란티스코리아 제공

판매실적이 부진하기는 지프는 마찬가지다. 올해 8월까지 누적으로 3103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 4202대와 비교해 26.2% 줄었다. 수입차 전체가 0.6% 역성장한 가운데, 지프 부진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가격 인하에 기존 차주들의 불만만 커지는 모양새다. 불과 한두 달 차이로 가격 인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차를 되팔 때 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르노코리아 QM6를 구매한 고객은 "차 회사가 새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고객들을 냉대하는 격"이라며 "새 차 가격이 내릴 줄 알았다면 좀 더 기다리거나 다른 차를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는 일반 공산품보다 수십 배에서 수천 배는 더 비싼 만큼 가격 정책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가를 내리면 일시적인 매출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칫 '정가 인하가 잦은 차'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소비자들과의 가격 신뢰를 무너트리는 행위는 결국 화살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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