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놀란 美 “제재 위반 확실…수출통제 확대해야”

전웅빈 2023. 9. 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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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한 이후 미국에서 대중(對中) 수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새 스마트폰에는 미국 수출통제 기준을 뛰어넘는 첨단 반도체가 들어 있는데, 이는 규제가 촘촘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미 의회에선 화웨이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해 미국 기술수출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중국 순방 중 공개된 화웨이 스마트폰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 역량을 단속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며 “중국이 자체 개발한 기술 중 가장 발전된 버전으로 보이는 반도체로 구동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는 상무부가 중국과 선의를 쌓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단속하는 데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기술 규제 방식이 ‘좁은 마당, 높은 담장’이라며 군사 용도의 최첨단 기술에만 한정할 것이라고 중국 측을 안심시켜 왔는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메이트 60 프로의 구체적 사양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제품을 직접 분해해 살펴봤더니 SMIC가 중국에서 제조한 신형 반도체 ‘기린 9000s’(Kirin 9000s)가 들어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SMIC의 2세대 7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공정으로 생산된 것이다. 미국의 수출통제 기준을 훨씬 웃도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대중 무역 제재를 총괄하는 러몬도 장관 방중 기간 스마트폰이 공개되면서 중국에선 미국의 제재를 조롱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러몬도 장관이 새 스마트폰을 들고 ‘나는 화웨이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조작 사진이 새겨진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 업체도 수십 곳 이상 등장했다고 한다.

NYT는 그러나 이번 성과가 미국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이룩한 것일 수 있고, 이는 무역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지적했다.

더글러스 풀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SMIC가 수출통제가 발효되기 전 비축한 장비, 화웨이가 아닌 다른 회사의 칩을 생산할 목적으로 라이선스를 받은 장비, 타사 공급업체를 통해 사들인 예비 부품을 사용해 생산량을 짜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풀러 교수는 “‘미 제국주의자들의 기술 봉쇄를 영웅적으로 깨뜨렸다’는 중국 주장은 틀렸다”며 “대신 미국은 SMIC에 미국 기술에 대한 상당한 접근을 계속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상무부 부장관을 지낸 나작 나키크타르도 “상무부는 규제 대상인 화웨이나 SMIC에 첨단 기술을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라인선스를 승인했다”며 “미국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 공산당(CCP)의 적대 행위’ 청문회에서 “미 상무부 산업안전국(BIS)은 지난해 1~3월까지 3개월간 중국에 기반을 둔 블랙리스트(제재 대상) 기업에 미국의 기술을 판매하기 위한 230억 달러 이상의 라이선스를 승인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나키크타르 전 부장관은 “라이선스 정책에 구멍이 존재하면 그 틈새를 통해 수출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핵심 기술 수출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 틈새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개발 상황을 살펴보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칩의 특성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언급을 하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안보 문제에 좁게 초점을 맞춘 기술 제한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개발은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도약했거나 미국 수출통제가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 기업들은 더는 반도체를 만드는 최첨단 기계를 사용할 수 없어서 구형 장비를 활용해 더 강력한 칩을 만드는 새로운 해결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반도체 수율(정상제품 비율)도 낮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 수출통제 추가 조치를 이르면 이번 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중 강경파를 중심으로 규제 강화 목소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SMIC는 미국 지적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제재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술이 사용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SMIC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매콜 위원장은 또 “중국이 저사양 반도체 칩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첨단 반도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레거시 칩(구형 반도체)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터=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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