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구이는 옛말…모든 객실이 스위트룸, 승마도 즐기는 그 섬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자리한 더헤븐 리조트. 서해를 굽어보는 근사한 인피니티풀을 갖췄다.

나들이 삼아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갔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딱 1시간 거리. 평소라면 해변과 갯벌에서 놀고, 바지락 칼국수와 조개구이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돌아왔겠으나, 이번엔 아니었다. 바다를 굽어보는 럭셔리 리조트에서 잠들고, 와인을 음미하고, 말을 타며 시간을 보냈다. 대부도가 이렇게 고상하고 우아한 여행지인지는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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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에도 럭셔리 바람

더헤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거칠 것 없는 전망이다. 야외 수영장과 골프장, 서해 바다가 겹겹이 층을 이뤄 절경을 만든다. 해 질 녘이면 더 그윽한 빛이 드리운다.

부산 기장 아난티, 남해 사우스케이프, 양양 설해원,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바야흐로 럭셔리 리조트 전성시대다. 코로나 확산 후 ‘럭셔리 소비’ ‘프라이빗’ ‘휴양’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프리미엄 리조트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안산 대부도에도 지난해 걸출한 시설이 하나 생겼다. ‘더헤븐 리조트’라는 이름의 고급 주거단지다. 존재를 꼭꼭 숨겨오다 문턱을 낮춰, 지난 4월부터 84개 객실(전체 228개 객실)을 일반에 개방했다.

전 객실이 너른 거실과 발코니를 낀 스위트룸이다. 모든 객실에서 서해의 시원스러운 풍광을 누릴 수 있다.

더헤븐 리조트로 가는 길. 시흥 오이도에서 시화방조제(약 11㎞)를 건너, 대부도 서남쪽 끝 대부남동 언덕에 드니 일단 시야가 탁 트였다. 리조트는 광활한 서해와 골프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모든 객실이 오션뷰이자, 거실과 발코니가 딸린 스위트룸이다. 발코니에 서니 코발트 빛의 야외 수영장과 초록의 골프장, 광활한 서해와 갯벌이 겹겹이 층을 이룬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가장 작은 200㎡(60평)짜리 객실도 평일 1박 80만원(4인 기준, 조식 포함)을 웃돈다.

인생 사진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바다를 향해 뻗은 인피니티풀은 해가 붉게 저무는 시간 더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조트 초입에는 섬처럼 물 위에 뜬 독특한 형상의 예배당이 있다. 이른바 ‘방주교회’로 불리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1935~2011, 한국명 유동룡)이 남긴 마지막 유작이다.

해 질 녘 카트를 타고 골프 코스를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골프를 안 쳐도 되지만 하루 딱 4팀만 허락한다. ‘더헤븐’ 김민정 기획이사는 “골퍼와 입주민만 누리기엔 아까운 풍경이 많다”며 “남다른 웨딩 장소를 찾는 MZ세대 예비 부부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리조트 곳곳이 인증사진 명당이다.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왼쪽 사진). 투숙객을 대상으로 가드닝 클래스를 여는 에스더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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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후 와인 한잔

대부도 베르아델 승마클럽. 초보도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은 뒤 승마를 체험할 수 있다.

리조트말고도 근사한 놀거리가 많다.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승마도 체험해볼 수 있다. 섬 남단의 ‘베르아델 승마클럽’에서다. 이름은 낯설어도, 풍경은 눈에 익다. 돔 형태의 초대형 실내 마장(5024㎡, 약 1500평)을 갖춘 이곳은 촬영지로도 널리 소개됐다. TV드라마 ‘마인’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청하, 몬스타엑스의 뮤직비디오 무대였다.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승마를 체험해볼 수 있다. 초보인 탓에 걸음마 수준에 그쳤지만, 기념사진 하나는 제대로 건질 수 있었다. 헬멧·안전 조끼·장갑을 착용하고, 말에 올라타 고삐를 잡자 자동으로 구도와 포즈가 완성됐다. 서민호 코치는 “3~6개월가량 레슨을 받으면 말을 타고 대부도 해변을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인기 상품인 청수와인(화이트와인). 조개찜 같은 해산물 음식, 한식 요리와 유독 궁합이 좋다.

대부도 품에는 그윽한 향을 머금은 양조장도 있다. 대부도 30여 포도 농가가 합심해 만든 ‘그랑꼬또 와이너리’다. 상품성 떨어지는 포도를 거둬들여 와인을 만든 지도 벌써 23년째다. 도장깨기하듯 전국의 양조장을 도는 술 애호가 사이에서는 이미 ‘한국 와인 성지’ 중 하나로 통한단다. 로제와인인 ‘김홍도 와인’을 비롯해 10종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3년 가까이 시음‧견학 프로그램을 중단해오다 지난 4월부터 체험 행사를 재개했다. 2019년 한국‧스페인 정상회담의 만찬주로 소개된 뒤 전국구 명물로 뜬 ‘청수와인(화이트와인)’이 이곳의 최고 인기 상품이다. 1993년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품종 ‘청수’가 주재료인데, 향도 맛도 기성의 화이트와인과는 사뭇 달랐다. 그랑꼬또 김한식 팀장은 “달짝지근하면서도 신맛이 풍부해 해산물과 궁합이 좋다”고 설명했다. 과연 대부도와 어울리는 산뜻한 맛이었다.

안산=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