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여야 똑같다" 류호정 "싸우지 않겠다"…낯선 국회 풍경
6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리던 본회의장 전광판에 윤석열·문재인 대통령이 성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동시에 띄워졌다. 연단에 오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만든 (다른 당) 대통령 사진을 이용한 홍보물”이라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똑같다. 대통령을 어떻게 악마화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여당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대신 “오늘 대정부질문 현장도 모습이 다르지 않다. 증오와 내로남불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치권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여야가 이틀째 극단적인 이념 전쟁을 벌인 이날 이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사회적 대타협 방안을 두고 토론했다. 이 의원이 ‘출산율 0.7명’ 통계를 꺼낸 뒤 “부끄러움이 앞선다”며 해법을 묻자, 한 총리는 “의원님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 국가적 접근이 필요한데 너무 단편적으로 보지 않았나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세계 최고 수준 자살률을 들어 “청년들이 이게 나라냐며 눈물을 흘린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세밀한 지적에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이틀간 대정부 질문에선 야당 내 비주류·소신파 의원의 질의가 유독 돋보였다. 여야가 서로를 향해 “반국가 행위" “극우 유튜버 정권"이라는 막말을 주고 받는 아수라장 속에서 차분한 태도로 여야의 협치 가능성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전날(5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LH 사태와 부동산 정책, 윤미향 의원·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위선과 내로남불,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갈등, 도그마에 빠진 소득주도 정책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게 된 대표적 이유”라며 먼저 민주당 정부의 실정을 열거했다. 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윤석열 정부의 해법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와는 ‘법치주의’를 놓고 토론했다. 조 의원이 “법무부가 정의한 ‘룰 바이 로’(rule by law·법에 의한 권력자의 지배)는 법치주의가 아니다. 대통령이 말씀하시는 법치주의가 법에 의한 통치라 생각하시냐”고 묻자, 한 총리는 “‘룰 바이 로’가 아니라 ‘룰 오브 로’(rule of law·법의 지배)”라고 답했다. 조 의원은 총리의 답변에 “극히 다행”이라며 “법치주의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강요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6석 소수 야당인 정의당의 류호정 의원도 전날 “저는 오늘 총리님과 싸우지 않겠다”며 한 총리와 정치 복원 방안을 논했다. 31세 류 의원이 “총리님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다. 그때와 지금 우리 정치는 무엇이 같고 다른가”라고 묻자, 74세 한 총리는 “당시 (노 전 대통령 탈당으로) 여야가 없어 법적으로는 중립 내각을 구성했고, 법안과 예산을 똑같이 여야에 설명해 협의했다”고 답했다.
류 의원은 이어 “2007년에 저는 중학생이라 방금 말씀하신 걸 자료로만 파악했다. 당시엔 협치가 잘 됐던 것 같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당시 위원회별로 총리공관에 여야 동반 초청을 했고, 모든 위원회가 응했다. 지금은 여야가 같이 온 위원회가 하나뿐”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한 총리는 “여야 중진 회의를 만들어서 법안, 예산에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제안했고, 이에 류 의원은 “꼭 총리님께서 대통령께 이재명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하시라고 건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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