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형은 손 털었다…AI가 알아서 투자, 혁명인가 재앙인가
AI, 내 돈 맡길 만큼 똑똑해졌나
■ 팩플 오리지널
「 TJ도 손을 털었습니다. AI를 활용한 투자, 한때 엄청 뜨더니 이젠 털리는 중입니다. 투자는 정보와의 시간 싸움입니다.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쉬지도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직원, 그건 AI밖에 없죠. 그런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특히 한국 시장은 주가 예측도 원인 분석도 뚜렷하지 않은 특성이 있습니다. AI 투자가 혁명이 될지, 재앙이 될지 알아봤습니다
」
최근 핀테크 업계를 술렁이게 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투자기술을 개발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이 지난 8월 7일 대주주를 사모펀드인 포레스트파트너스로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한 겁니다. 초기 투자자이자 최대주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분(36.0%)을 팔고 떠나면서죠. 수년 전부터 주목을 받아 온 AI 알고리즘 투자 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장면입니다.
국내 AI 투자 규모는 한국거래소 자회사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 등록한 알고리즘 자산운용으로 보면 7월 말 기준 1조9425억원입니다. 테스트베드 운영을 시작한 2021년 7월(116억원) 이후 10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월(1조8250억원) 대비론 약 500억원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국내 전체 자산운용시장(1398조원, 2022년 말 기준)에서의 비중도 아직 미미합니다. 그래도 신용정보원은 2026년엔 3조2000억원까지 연평균 38.2%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AI 투자기술에 특화한 핀테크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투자 일임 스타트업 콴텍은 7월 말 총 자산운용 규모가 3조원(테스트베드 미등록 알고리즘 포함)을 넘어섰습니다. 또 다른 핀테크인 파운트의 관리자산 규모는 2019년 1462억원에서 2020년 8227억원으로 5.6배로 불어나고, 이듬해엔 1조3570억원으로 또다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두물머리는 지난 5월 챗GPT 플러그인 ‘불리오 인베스트’를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요. 삼성증권(로보굴링, 주식굴링), 키움증권(키움GO), 하나증권(하나로 연결랩) 등 대형 증권사들도 지난해부터 AI 기술을 자산관리에 적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AI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요. 일부를 제외하곤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투자 실적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코스콤이 집계한 올해 2분기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위험 중립형) 평균 수익률(1.38~3.44%)은 같은 기간 코스피(3.53%)나 코스닥(4.94%)의 수익률보다 낮습니다. 콴텍(7.09%·코스콤 테스트베드 등록 58개 알고리즘 최근 6개월 수익률 기준), 두물머리투자자문(불리오 ‘기술주 대첩’ 10.08%·6개월 수익률 기준) 등이 그나마 좀 숫자가 좋은 편이고요.
대형 증권사 알고리즘 투자 관계자는 “주가 상승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가격 예측이 힘든 종목이 많은 한국 주식시장 특성상 AI가 수익을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묻지마 투자’ 급등락 종목이 많은 한국 시장을 현재 AI 기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사람이 짜는 알고리즘의 한계에 따른 AI 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나왔습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 8월 7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이 거대한 경제 규모와 네트워크 등과 엮이면 미래 금융 위기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한 겁니다. AI 투자가 투자자 발등을 찍는 건 물론 금융시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건데 크게 두 가지 문제 때문입니다.
우선 AI 알고리즘을 투자자 이익보다 개발한 투자자문 회사의 수수료 수익을 앞세우도록 설계했을 금융사 ‘모럴 해저드’에 따른 위험입니다. 이 때문에 SEC는 7월 금융사가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AI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감독 규정을 예고했고, 한국 금융당국도 2021년과 지난해 AI 사용 가이드라인과 보안 강화 방침을 내놨습니다. 두 번째는 AI가 가짜뉴스에 휘둘릴 위험입니다. 실제 7월 미 국방부는 공격받는 가짜 이미지가 SNS에 퍼지자 30분 만에 S&P500 지수가 0.3%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당시 AI 투자 프로그램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위험성을 체감한 계기가 됐습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① AI가 코딩, 개발자 뭐하냐고? “야근은 사라진 적이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9839
② “야, 너두 AI 할 수 있어” AI 대학원, 문송 동아줄 됐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952
③ 개발자 ‘일잘러’ 만들 통역사…요즘 뜨는 데브렐, 넌 누구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7103
④ 책상 위 PC가 침대로 왔다…7인치가 불러온 ‘게임 혁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5371
」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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