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학교라는 일터, 안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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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일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피지도 못한 채 시들어간 20대 교사의 죽음으로 비로소 우리 사회는 이토록 참담한 교육 현장의 문제를 각성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문제가 어려운 것은 학부모가 자녀를 위해 선의에서 한 행동이나, 심지어 자녀가 받은 피해를 갚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믿고 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교사의 존엄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학교라는 일터의 안전 문제는 교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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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일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피지도 못한 채 시들어간 20대 교사의 죽음으로 비로소 우리 사회는 이토록 참담한 교육 현장의 문제를 각성하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를 설명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라거나 ‘악성 민원인’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게 된 걸까. 드라마나 영화 속 특정 사례에서나 볼 법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미 만연화한 현실이었다. 교사들은 다른 어떤 근로환경보다 언어·신체·성폭력에 더 노출돼 있었다. 이 문제가 안타까운 점은 바로 가해자가 학생과 학부모들이라는 사실이다.
서이초 사건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녹색병원과 함께 지난달 16~23일 교사들의 근무환경, 정신건강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한 교사 3502명 중 66.3%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신체 위협 및 폭력 경험 18.8%, 성희롱 및 폭력 경험 18.7%, 원치 않는 성적 관심 12.9%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산업 분야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조사 결과 언어폭력 3~6%, 신체 위협 및 폭력 0.5%, 성희롱 및 폭력 경험 0.4%, 원치 않는 성적 관심 1.0% 미만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유치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언어폭력을 많이 당하고, 특수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신체 위협 및 폭력 피해를, 중등 교사는 성희롱 및 성적 관심 피해를 더 많이 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 교사들은 직무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학부모의 전화 상담 횟수 및 방문 상담 횟수가 증가할수록 스트레스 고위험군의 분포가 비례해서 높아졌다. 교사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업무는 수업(3.2%)이 아니라 학부모 상담 및 민원(37.5%),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28.4%) 순이었다. 한마디로 학부모나 학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통념을 생각할 때 교사들이 학부모나 학생을 가해자로 또는 악성 민원인으로 고발하거나 문제 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어디서 ‘함부로 말할 권리’를 취득이라도 하고 온 듯 억지 주장을 부리는 이들을 상대하기는 차라리 쉽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잘못된 행위는 그것이 문제임을 입증하기 또한 어렵지 않다.
학교 현장의 문제가 어려운 것은 학부모가 자녀를 위해 선의에서 한 행동이나, 심지어 자녀가 받은 피해를 갚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믿고 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교사의 존엄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학부모가 행위의 동기와 의도에만 집중해 자신이 교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경우, 문제 해결의 길은 요원하고 교사들은 감정적으로 괴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감정 노동의 피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을 찾아 달라는 것이 바로 지금 교사들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고객 응대 근로자들이 고객의 폭언, 폭행, 적정 범위를 벗어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건강장애를 겪지 않도록 보호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원들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권리, 나를 지키며 일할 권리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학교라는 일터’에 대해서만 예외를 둬선 안 된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든 별도의 법을 제정하든 보호 대책을 찾아야 한다.
학교라는 일터의 안전 문제는 교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을 두려워하는 교사, 학부모를 믿지 못하는 교사는 결코 좋은 교육자가 될 수 없다. 그토록 불안하고 못 미더운 교사를 믿고 따를 학생도, 신뢰할 학부모 또한 없을 것이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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