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노망주’… 마지막 AG 후회없이 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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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제 차례가 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후회 없이 달리겠다."
육상 대표팀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조은주(34·용인시청)는 반복해서 허들을 뛰어넘고 있었다.
중학생 시절 육상에 입문한 조은주는 "단 0.001초라도 제 기록을 깨고 한계를 뛰어넘는 매력에 이끌려 여태껏 달리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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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제 차례가 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후회 없이 달리겠다.”
육상 대표팀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조은주(34·용인시청)는 반복해서 허들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는 다가올 항저우아시안게임 100m 허들에 출전하는 유일한 여자 선수다. 육상 선수로는 적잖은 나이에 다시 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조은주는 “이젠 대표팀에 언니들도 없다. 띠동갑이 넘게 차이나는 후배들이 많은 큰누나”라며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은주는 스스로를 ‘노망주(나이가 많은 유망주)’라고 칭한다. 아직 선수로서 보여줄 게 남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사실 몸치인데다 겁이 많아 허들을 처음 넘을 때까지 굉장한 시간이 걸렸다”며 “계속 노력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번엔 꼭 메달 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생 시절 육상에 입문한 조은주는 “단 0.001초라도 제 기록을 깨고 한계를 뛰어넘는 매력에 이끌려 여태껏 달리게 됐다”고 전했다. 처음엔 주로 100m 허들을 뛰다 400m 허들로 전향해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고3 때 발가락뼈 골절상을 당한 것이 계기였다. 부상 여파로 강하게 뛰어야 하는 100m 대신 비교적 부드러운 주법을 쓰는 400m를 택했다.
2013년에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400m 허들 한국 신기록(57초34)을 세웠다. 이듬해 인천아시안게임에도 나섰지만 메달은 얻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7년부터 다시 100m 허들을 뛰기 시작했다. “원래 했던 주종목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며 의지를 불태웠다.
단거리 종목은 짧은 시간에 빨리 뛰어야 한다. 그래서 강하게 발을 내딛고 달리는 주법을 중점적으로 훈련해왔다. 원하던 100m 허들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를 잡은 건 소속팀 이규백 감독 덕분이었다고 한다. 조은주는 “주종목이 아닌데도 직접 허들 공부를 해가며 많이 지도해주셨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육상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100m 허들의 정혜림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냈다. 정혜림은 지난 5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조은주는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1위(13초64)에 올랐다.
단 1명에게 주어지는 출전 기회를 잡아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조은주는 “예전엔 늘 저만 뛰어넘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다쳐서도 안 된다. 끝까지 잘 달려서 메달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결혼한 조은주의 정신적 지주는 원반던지기 플레잉코치인 남편 이현재(용인시청)다. 그는 “남편이 외조에도 적극적이지만 ‘최고참 선수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식의 지도자다운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전했다.
진천=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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