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부친의 버팀목은 신앙… 딸은 그제야 아버지를 이해했다

유경진 2023. 9.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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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꿈꾸는 18년차 간호사인 박영숙(42)씨의 아버지는 수십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다.

박씨는 우연히 아파트 경비원과 나눈 대화를 통해 아버지는 누구보다 규칙을 잘 준수하고 올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전해 듣게 됐다.

박씨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타인도 좋아해줘서 정말 기쁘다. 아버지 이야기를 쓰면서 너무 행복했고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되는 시간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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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뭉클
밀알복지재단이 주최한 ‘제9회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6일 일상부문 최우수상(국민일보 사장상)을 수상한 박영숙(앞줄 왼쪽)씨의 가족 사진. 뒷줄 왼쪽 첫번째가 박씨 아버지. 박영숙씨 제공


작가를 꿈꾸는 18년차 간호사인 박영숙(42)씨의 아버지는 수십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다. 군인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36세가 되는 해 이 병이 발병했다. 초기에는 환시와 환청 증상에 시달릴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은 온 가족을 괴롭혔다.

아버지는 괴팍한 어른이 아니었다. 박씨는 우연히 아파트 경비원과 나눈 대화를 통해 아버지는 누구보다 규칙을 잘 준수하고 올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전해 듣게 됐다. 박씨의 아버지는 어디를 가든 성경책을 품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박씨는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앙이 아버지의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구명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비원이 제 아버지는 ‘해롭지 않은 어른’이라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며 “이를 계기로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고, 저와 아버지의 관계를 담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 ‘해롭지 않은 어른’은 밀알복지재단이 개최한 ‘제9회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일상부문 최우수상(국민일보 사장상)을 수상했다.

박씨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타인도 좋아해줘서 정말 기쁘다. 아버지 이야기를 쓰면서 너무 행복했고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치유되는 시간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고용부문 대상(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자인 박수현(오른쪽)씨의 가족 사진. 박수현씨 제공


고용부문 대상(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자인 박수현(35)씨는 ‘우리의 삶이 해석되는 순간’을 통해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의 의무화로 인식개선 강사 양성 전문가가 된 본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지체장애를 가진 어머니 밑에서 자란 박씨가 장애인 인식개선과 고용환경 개선에 열정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간절함은 박씨의 글에 그대로 묻어났다.

박씨는 “글을 쓰기까지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면서 “제 글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권자와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 일자리도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씨는 지난 6월 사회적기업 ‘에이블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됐지만 장애 등급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서다. 박씨는 “장애인은 직업에도 편견이 있다”며 “일자리 직무가 다양해져야 한다. 모든 장애인은 각자가 잘하는 분야가 하나씩은 있다.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이날 서울 강남구 재단 본부에서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일상부문 19개, 고용부문 11개, 총 30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상부문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에는 장애를 가진 남편과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이음미(49)씨의 ‘빙산의 일각’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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