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불 꺼지니 물폭탄…하루 동안 1년치 넘는 비 내렸다
올여름 최악의 가뭄과 산불로 고통받은 그리스가 이번에는 물폭탄을 맞았다.
6일(현지시간) AFP, AP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와 튀르키예, 불가리아에서 폭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폭우가 이어져 지금까지 최소 12명이 숨졌다.
그리스에선 이틀 전부터 시작된 폭우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중부 필리온의 한 마을에는 5일 자정부터 오후 8시 사이에 754㎜ 이상의 비가 내렸다.
기상학자인 디미트리스 지아코풀로스는 "중부의 한 지역에는 24시간 동안 600∼800㎜의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기상청에 따르면 그리스의 평균 연간 강우량은 약 400㎜다. 불과 하루 만에 1년 치 이상의 비가 내린 셈이다. 지아코풀로스는 기상청이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1955년 이후 이 같은 강우량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폭풍 다니엘은 주로 그리스 중부 지역과 수도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볼로스 지역에 큰 피해를 안기고 있다.
그리스 소방당국은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폭우는 7일 오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그리스 당국은 볼로스, 필리온, 스키아토스섬으로의 통행을 금지했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그리스는 불과 며칠 전까지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었다.
리스 동북부에서는 지난달 유럽연합(EU)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미국 뉴욕시보다 넓은 면적이 불에 탔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산불과 폭우 모두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와 가까운 튀르키예와 불가리아에서도 폭우에 따른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각국 발표를 종합하면 이들 3개국에서 최소 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서북부 키르클라렐리의 캠프장에서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 최소 5명이 숨졌다.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는 도로와 집들이 물에 잠기고 최소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가리아에서도 남부 흑해 해안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날 실종된 관광객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사망자 수는 3명으로 늘어났다. 불가리아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남부 휴양지 차레보에선 자동차와 캠핑카가 바다로 떠밀려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AP는 전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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