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부담 감수한 임시공휴일, 내수 진작의 촉매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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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수요 늘어나 여행수지·경상수지 악화 우려
비용 낮추고 서비스 질 높여 국내 관광 매력 높여야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연휴가 4일에서 6일로 늘어났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 내수를 살리자는 취지다. 하루 더 쉬자는 데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장을 돌려야 하는 기업인에겐 부담이겠지만 근로자는 휴일이 늘어나서, 소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음식·숙박업 중심의 자영업자는 장사가 잘될 터이니 환영할 것이다.
임시공휴일 효과에 대한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4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3년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평일 하루를 휴일로 지정하는 대체공휴일을 도입할 때 28조원의 생산 감소와 4조3000억원의 인건비 추가 부담을 포함해 총 32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했다.
대체로 경제가 요즘처럼 좋지 않을수록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부도 이번 기회를 내수 진작의 기회로 삼기 위해 숙박 할인 쿠폰 60만 장을 배포하고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으로 여행 수요를 늘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월 기업의 설비투자가 8.9%나 감소할 정도로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을 때 기업의 생산비 부담을 감수하고 선택한 정책이다. 잘 해야 한다.
늘어난 연휴에 국내 여행과 함께 해외여행도 크게 늘어날 조짐이다. 이미 일본·태국 등 인기 여행지 항공권은 매진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여행수지가 더 나빠져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는 58억 달러로 서비스수지 적자(119억 달러)의 절반을 차지했다. 상반기 국내 외국인 관광객(443만 명)의 두 배가 넘는 내국인 관광객(993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당장 연휴 기간에 숙박 쿠폰을 뿌리고 신용카드 혜택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국내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8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선 데다 국내 관광지의 고질적인 바가지 물가 탓에 국내 여행은 비싸다는 불만이 잦아들지 않는다. 제주도 여행이 비싸다는 기사에 ‘제주 여행 가지 말고 청정 제주를 지키자’ ‘오버투어리즘 막기 위해 제주 안 간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제주 여행의 나쁜 기억에 냉소적으로 댓글 놀이를 하는 이가 많았다. 여행 비용부터 서비스 품질까지 잘 따져 제주 등 국내 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비싸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관광뿐 아니라 의료·법률·교육 등 서비스 분야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12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이제는 통과시켜야 한다. 우리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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