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킬러 수능’ 첫 시험대 9월 모평… 해법은 ‘준킬러’였다

이도경 2023. 9.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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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적용한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6일 시행됐다.

상위권 변별력 확보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교과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문항은 들어내고 난도를 약간 낮춘 '준킬러문항'들을 다수 배치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킬러문항을 빼고도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해 '물수능'을 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했다.

대신 문제 풀이에서 계산 과정을 복잡하게 비튼 문항들이 배치돼 중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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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혼란 줄이려 안정에 무게 둬
‘문과 침공’ 완화 위해 난이도 조절
국어·영어·수학 일정 수준 난도 확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6일 서울 송파구 방산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국어 영역 시험 답안지에 표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적용한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6일 시행됐다. 상위권 변별력 확보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교과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문항은 들어내고 난도를 약간 낮춘 ‘준킬러문항’들을 다수 배치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국어·수학의 난이도 조절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혼란을 우려한 듯 전반적으로 예년 출제 기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전국 2139개 고교와 485개 지정학원에서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를 실시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는 6월과 9월 두 차례 실시된다. 수험생은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판단하고, 평가원은 수험생 학력을 가늠해 수능 난이도 조절에 활용하는 ‘리허설’ 성격의 시험이다. 특히 올해는 6월 모의평가 이후 갑작스럽게 킬러문항 배제 지침이 던져지면서 수험생들 혼란이 커졌다. 킬러문항을 빼고도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해 ‘물수능’을 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구심도 상당했다. 이날 9월 모의평가가 그 첫 시험대였다.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일정 수준의 난도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국어의 경우 ‘지문은 쉽게, 선택지는 어렵게’로 요약된다. 난해한 전문 용어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담은 지문은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선택지를 길고 복잡하게 구성하는 방법으로 변별력 확보를 시도했다. 종로학원·메가스터디·유웨이 등 주요 입시 업체들은 독서 12~17번 조선시대 신분제, 8~11번 압전효과 관련 과학기술 지문을 이런 문항으로 지목했다. 이만기 유웨이 대입전략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문 난도보다 선택지 난도가 더 있었다. 킬러문항은 없지만 준킬러급 문항들이 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수학적 개념 3개 이상 결합 내지 고차원적 접근 방식 요구, 대학 수준 개념 활용 문항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문제 풀이에서 계산 과정을 복잡하게 비튼 문항들이 배치돼 중상위권 변별력은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의대 등 최상위권 지원자의 경우 변별력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공통과목 21번(수열), 13번(다항함수의 미분), 22번(다항함수의 적분) 등이 어려웠다. 최상위 고난도 문항은 과거보다 쉽다고 평가돼 최상위권에서 만점자나 동점자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에서도 어려운 어휘, 복잡한 문장구조가 사용돼 해석 자체가 버거운 문항은 피했다. 탈(脫)고교급 어휘는 주석으로 설명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매력적 오답 혹은 문제풀이 과정에서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가 다수 있었다”며 “독해 뒤에도 논리적 흐름을 잘 따져서 답을 골라야 하는 문항(37·38번)들은 어려웠다. 빈칸 추론 34번, 어휘 30번 등도 실수하기 쉬운 함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어는 지난 6월 모의평가나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고, 수학은 다소 평이했다는 게 중론이다. 6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에서는 국어가 쉽고, 수학은 어렵다 보니 수학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측면이 있었다. 이는 ‘문과 침공’ 현상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선 균형을 맞추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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