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악몽서 깨어난 NC 페디 ‘트리플 크라운’ 보인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투수 에릭 페디(30)가 12년 만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에 도전장을 던졌다. 페디는 지난 5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창원 홈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페디는 이로써 올 시즌 17승 6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하면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또 탈삼진 11개를 추가해 이 부문 선두 안우진(키움·164개)과의 간격을 4개 차로 좁혔다. 안우진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상황이라 페디의 추월은 시간문제다. 올 시즌 경기 평균 탈삼진 6.7개를 기록 중인 페디는 이르면 다음 등판에서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KBO리그 역사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투수는 단 3명뿐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전 한화 이글스), 국가대표 오른손 에이스로 활약했던 윤석민(전 KIA 타이거즈)이다.
선동열은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유일하게 두 차례 이상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1986년 투수 최초로 대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1989년부터 3년 연속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를 휩쓰는 위용을 떨쳤다. 이 중 1991년(장종훈)만 빼고 세 차례 모두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시즌인 2006년 신인 투수 사상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의 역사를 썼다. 그는 그해 신인왕은 물론이고, 정규시즌 MVP까지 석권했다. 같은 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타자로서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을 달성했지만, ‘괴물 신인’ 류현진에게 MVP 트로피를 내줬다. 윤석민은 2011년 KIA 마운드의 기둥으로 활약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해냈다. 그해 정규시즌 MVP도 이변 없이 윤석민이 차지했다.
페디는 그 후 12년 만이자 외국인 투수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KBO리그를 거쳐 간 외국인 투수 중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아직 한 명도 없다. 2021년 정규시즌 MVP였던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가 가장 근접했지만, 다승 타이틀을 놓쳤다. 그해 평균자책점(2.33)과 탈삼진(225개)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랐기에 더욱 아쉬웠다.
페디는 다르다. 다승 부문에서 일찌감치 앞서나갔고, 투수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탈삼진 부문에서도 1위가 유력하다. 그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면, 올해 정규시즌 MVP 자리도 사실상 예약하게 된다.
페디는 개막 전부터 주목받았던 투수다.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고, 지난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27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KBO리그 첫 시즌인 올해도 다른 투수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냈다. 개막 후 10개 구단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2010년 류현진(1.82) 이후 13년 만에 새 이정표를 세울 기세였다. 다만 시즌 도중에 두 차례 고비를 맞았다. 지난 6월 팔꿈치 통증이 찾아와 2주 넘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페디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로 돌아와 다시 무실점 호투로 팀의 연패를 끊었다.
두 번째 위기는 지난 달이었다. 8월 월간 평균자책점이 4.50에 달했다. 첫 경기였던 2일 롯데전에서 4이닝 5실점,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KIA전에서 3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던 탓이다. 그 사이 평균자책점도 2.39까지 치솟았다. 꾸준히 지켜 온 1점대 평균자책점 지지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페디는 곧 제 페이스를 되찾았다. 이달 첫 경기였던 5일, 보란 듯 두 자릿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역투를 해냈다. 외국인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는 늘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를 당황하게 한다”며 “내가 본 외국인 선수 중 톱클래스다. 특히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페디가 최고”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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