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만지면 과거가 보여” 한지민표 코믹 스릴러

어환희 2023. 9. 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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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힙하게’에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봉예분.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유성에 맞은 수의사에게 신기한 일이 생긴다. 고양이의 엉덩이를 만지자 고양이가 보고 들은 게 눈앞에 펼쳐진다. JTBC 토·일 드라마 ‘힙하게’는 초능력을 갖게 된 수의사 봉예분(한지민)이 서울에서 좌천된 형사 문장열(이민기)과 함께 연쇄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4회 만에 시청률 7%(닐슨, 전국)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낯설고 난해한 설정으로 방송 전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지난달 10일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사이코메트리(물건에 손을 대 소유자 정보를 알아내는 것) 수사물과 차별화를 두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핸디캡을 줌으로써 거기서 오는 다양한 상황을 풀어가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을 통해 앞뒤 정보를 얻게 되면 의문점이나 우려는 없어질 것”이라며 ‘맥락’을 강조했다.

JTBC 드라마 ‘힙하게’에서 ‘언니부대’ 배옥희(주민경)·김용명(김용명).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드라마는 주인공이 일상에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사용하는 걸 보여줌으로써 서사를 풀어간다. 봉예분은 초능력을 통해 병원을 찾은 반려동물 주인의 답답함을 풀어 준다. ‘절친’ 배옥희(주민경)의 남자친구 문제를 해결하고, 피랍여성을 구하는 등 주변의 사건·사고 해결로 범위를 넓혀간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초능력을 일상의 에피소드에 사용하면서 시청자와 친밀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데는 배우 한지민의 역할이 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엉덩이를 만져야 한다는 점 등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그런데도 넘어갈 수 있는 건 코믹한 캐릭터와 해학적인 유머 코드”라며 “특히 배우가 아낌없이 무너지면서 캐릭터를 천진난만하게 표현한 게 밝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질주하는 소 위에 올라타거나 창틀에 몸이 끼이는 캐릭터를 한지민이 능청스럽게 풀어냈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자들에게 ‘많이 웃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JTBC 드라마 ‘힙하게’에서 형사 문장열(이민기).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SLL]

한지민은 영화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드라마 ‘눈이 부시게’(2019, JTBC)에 이어 김석윤 감독과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한지민은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달라 코미디 연기는 엄두를 못 냈는데, 현장에서 감독님 디렉션을 믿고 따랐다”고 말했다. 예능 PD 출신인 김 감독은 전작인 ‘눈이 부시게’ ‘나의 해방일지’(2022, JTBC)에서도 재치있는 연출로 사랑받았다.

‘힙하게’에선 웃음이 더 강화됐다. 인물들이 ‘티키타카’ 식으로 대사를 주고받으며 익살스러운 상황을 극대화한다. 배옥희를 돕기 위해 틈틈이 뭉치는 언니 부대에선 항상 “네, 언니”를 외치는 개그맨 김용명이 활약한다. ‘5551 커플’로 불리는 원종묵(김희원)과 정현옥(박성연)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tvN, 2022)를 패러디하며 중독성 강한 중년 로맨스를 선보인다.

장르적으로 드라마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스릴러다.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은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음을 암시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초능력으로 과거를 본다는 것은 결국 실체를 본다는 의미”라며 “겉보기엔 범죄 없고 평화로운 마을처럼 포장돼 있지만, 진실은 깊숙이 숨겨져 있고 드라마는 그것을 파헤치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본을 쓴 이남규 작가는 “‘힙하게’는 사람들 사이에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오히려 사이코메트리가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는 드라마”라고 집필 의도를 설명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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