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나라’ 멕시코, 대선 우먼파워
중남미 국가 중 남성 우월주의가 강한 ‘마초 국가’ 멕시코에서 연방정부 수립 후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멕시코 대선은 내년 6월에 치러진다.
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은 멕시코 현지 매체인 엘 피난시에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여당 국가재건운동의 차기 대선 후보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지지율 36%로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경쟁자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63) 전 외무장관(25%)을 10%포인트 넘게 따돌렸다. 셰인바움 전 시장은 여성이다.
멕시코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여당인 국가재건운동의 인기도 높다. 미국 NBC 뉴스는 국가재건운동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당내 경선이 사실상의 대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엔 멕시코의 우파 야당 연합체인 광역전선이 대선 통합 후보로 소치틀 갈베스(60·국민행동당 소속) 상원의원을 선출했다. 그도 여성이다. 광역전선은 2000년까지 40여 년간 멕시코 정계를 장악해온 제도혁명당을 포함해 국민행동당과 민주혁명당 3당 연합체다.
국가재건운동의 대선 후보는 6일 공표되는 경선(여론조사) 결과로 1차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국가재건운동까지 대선 후보를 여성으로 확정지으면, 여야 모두 대선 대진표를 여성 후보로 채우는 것으로 이는 멕시코에선 전례없는 일이 된다. ‘마초 문화(마치스모·El Machismo)’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유독 남성 우월주의가 강하다. 2019년에서야 헌법에 성 평등 요소를 추가할 만큼 여성의 사회적 권리 보장이 더뎠다. 1824년 연방정부 수립 이후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 적은 없었다.
두 후보는 여성이라는 점 외에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이공계 출신인 점도 공통점이다. 셰인바움 전 시장은 에너지공학 박사 학위자다. 에너지와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주제로 2권의 책과 10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아버지는 화학공학자, 어머니는 생물학자, 남동생은 물리학자로 집안 전체가 과학자다. 셰인바움은 “대통령이 되면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도 힘을 쏟겠다고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야당 대표인 갈베스 상원의원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정계 입문 전 스마트 인프라 시스템 관련 기술 회사를 두 곳 설립했다. 회사 수익으로 아동 영양실조 퇴치와 원주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재단을 만들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가난한 멕시코 원주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서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말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멕시코대학의 조이 랭스턴 교수는 “중산층 출신의 셰인바움과 달리 갈베스는 대중이 원하는 헤드라인을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영문매체 더위크는 “멕시코의 두 여성 후보는 모두 성숙하고 유능하며 감각적이고 적절한 판단력과 뛰어난 언어 구사 능력을 갖췄다. 불쾌한 도널드 트럼프, 나이든 조 바이든 사이에서 추악한 선택을 해야 하는 미국과 지금 멕시코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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