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리창 앞에서 “북핵 좌시 않는다는 것 보여줘야”
러시아를 향해 “북한과의 군사 협력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직구를 던지고, 중국의 2인자 앞에선 “북한 핵·미사일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 안보 이슈에 대해선 상대가 강대국이라도 ‘할 말’은 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사회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 거래 금지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알렸다.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톤으로 견제한 것이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유엔 안보리 주요 회원국이 유엔이 가장 엄정하게 제재하는 대상과 군사 기술을 협력하거나 무기를 거래할 경우, 글로벌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 열린 아세안+3 회의에선 “북한은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 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2인자인 리창 총리가 앉아있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해외 노동자 송출과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공조에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아세안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특히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에 필수적”이라며 남중국해 이슈도 언급했다. 한편으론 한·중·일 3국 간 협력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3국 간 협력 메커니즘을 재개하기 위해 일본,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가고자 한다”며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듯이, 한·일·중 3국 협력의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회의에서 통상 ‘한·중·일’이라 표현해 온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가치와 자유의 연대를 기초로 미·일과 긴밀한 기술·안보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한·중·일보다 한·일·중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창 총리는 같은 회의에서 “올해 중국 경제는 연초에 설정한 5% 좌우의 성장률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리 총리는 또 “국가 사이에 이견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핵심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오해를 없애는 것”이라며 미·중 갈등과 남중국해 분쟁을 의식한 듯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을 향해서는 한·미·일 3국 협력 틀을 바탕으로 한 관계 강화 방침을 강조했다. 또 쿡제도·베트남·캐나다·말레이시아 등 4개국 정상과의 양자회담도 소화하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에 대한 각국의 지지도 요청했다.
자카르타=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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