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금강 따라 백제 아닌 근현대 역사

남호철 2023. 9. 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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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공주를 만날지도’… 충남 공주 시간 여행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청벽에서 내려다본 금강. 공주를 끼고 S자로 흐르는 비단 물길이 석양에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엄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백제의 고도 공주에서 근현대 역사를 찾아가는 시간여행도 인기다.


충남 공주시는 백제의 왕도로 자리매김하면서 무령왕릉과 공산성과 같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중요한 유적들을 남겼다. 그런 공주가 최근 백제의 고도를 들어내고 근현대 역사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공주시 여행객들을 위해 ‘찐공주를 만날지도’라는 공주 여행 가이드 팸플릿이 안내한다. KTX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근대 공주’를 만나는 첫 번째 장소는 우금티 전적지. 제2차 동학농민혁명 당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다. 공주역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약 50분 이동하면 닿는다. 실내 전시관인 우금티전적알림터에서 동학농민운동의 시작부터 우금티전투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 조금 올라가면 우금티 고개가 보이고 언덕 끝 용감히 싸우다 죽어간 동학농민군의 영혼을 기리는 ‘동학혁명위령탑’이 우뚝하다.

근대 생활사 전시 공간으로 운영 중인 옛 공주읍사무소.


이어지는 곳은 ‘옛 공주읍사무소’. 1923년에 개관해 충남금융조합연합회, 공주읍사무소, 공주시청 청사 등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출입구가 있는 정면에 드러난 4개의 원기둥이 좌우 대칭의 균형미가 드러나는 전형적인 근대 관공서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문화재적 가치를 살리고자 공주 지역의 근대 생활사를 알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1층에는 공주의 역사와 관련된 영상 및 사진자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돼 있고 2층에는 벽돌조 근대 양식 건축의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휴식 공간이 조성돼 있다. 책상 위에는 주판, 타자기, 태엽식 전화기 등 옛 읍사무소 집무실이 재현돼 있어 개화기 느낌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다.

공주 지역 최초 3·1운동이 일어난 공주제일교회.


인근 공주기독교박물관은 특별하다. 1931년에 설립한 경기도 수원 이남 최초의 감리교회인 ‘공주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공주제일교회는 공주 지역에서 최초로 3·1 운동이 시작됐던 곳이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가 됐다.

박물관에서는 공주시의 기독교 역사와 공주제일교회의 담임 목사이자 3·1운동 당시 민족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신홍식 목사의 이야기, 당시 이 교회를 다녔던 유관순 열사에 관한 이야기, 고스란히 남아 있는 1930년대의 건축 양식, 이남규 화백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공주제일교회 주변은 공주 근대역사문화탐방로다.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건물의 역사와 사연들, 그리고 당시 모습의 사진을 볼 수 있다.

공주의 근현대 역사는 영명고등학교 주변에 몰려 있다. 교내 역사전망대는 우람한 느티나무 그늘에서 공주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유리판에 같은 곳에서 바라본 옛 공주시의 전경이 그려져 있어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바로 옆은 공주 중앙공원이다. 과거 앵산공원으로 불린 공원은 3·1중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유관순 열사와 3·1운동을 기리고 있다. 공원에는 가운데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중심으로 주변에 무궁화 나무들이 둘려 있다. 영명고교 정문은 공주 독립운동기념관이다.

학교를 내려서면 충남도역사박물관이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충남의 역사와 각종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독특한 형태와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금강철교.


공주 근현대 역사의 끝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금강철교다. 1932년 공주에 자리잡았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함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지어진 것이다. 6·25전쟁으로 인해 안타깝게 파괴됐다가 다시 지어진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 구조의 상현재를 아치 형태로 굽힌 모습이 인상적인 금강철교는 기차가 지나갈 법한 이름과는 다르게 자동차와 자전거가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철교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다리 주변으로 보이는 금강과 미르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밤에 야경으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여행메모
KTX 공주역 여행 가이드 팸플릿 준비
공주읍사무소·풀꽃문학관… 월요 휴관

서울에서 KTX를 타면 공주역까지 1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역에는 공주 여행객들을 위해 ‘찐공주를 만날지도’라는 공주 여행 가이드 팸플릿이 준비돼 있다.

공주역에서 공주 시내까지는 거리가 꽤 멀어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공주의 근대 문화와 공주에서 벌어진 독립운동의 역사를 따라가는 ‘근대공주’ 코스를 가려면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0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우금티전적지→옛읍사무소→기독교박물관→근대역사문화탐방로→역사전망대→중앙공원→독립운동기념관→충남역사박물관→중동성당→금강철교 순서로 둘러보면 좋다.

우금티전적지는 입장도 주차도 무료다. 옛 공주읍사무소도 주변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오전 9시부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주 기독교 박물관은 무료 주차는 가능하지만 성인 5000원 등의 입장료를 받는다. 공주 역사전망대 등이 있는 영명고등학교는 제한은 없지만 관람에 주의가 필요하다. 옛 공주읍사무소, 풀꽃문학관 모두 매주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공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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